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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영방송, 정말 필요한가요

입력
2019.04.08 04:40
수정
2019.04.09 14: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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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은 지난 4일 강원 산불이 급속히 번지는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예정대로 방송해 비판받았다. KBS 제공
KBS1은 지난 4일 강원 산불이 급속히 번지는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예정대로 방송해 비판받았다. KBS 제공

지난주 나영석 PD가 화제였다. 지난해 받은 연봉 40억7,600만원 때문이었다. 나 PD가 소속된 CJ ENM에서 오너를 넘어 가장 높은 연봉액이었다. CJ ENM의 신원호ㆍ김원석 PD도 20억원이 넘는 연봉으로 부러움을 샀다.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와 ‘알씁신잡’(나영석 PD),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신원호 PD)과 ‘나의 아저씨’(김원석 PD) 등으로 CJ ENM의 기업가치를 높였다. PD가 방송사 이익에 기여하면 얼마든지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세 PD의 연봉 발표를 보며 KBS 구성원들은 착잡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영석ㆍ신원호ㆍ김원석 PD는 2001년 KBS 입사 동기다. 세 PD는 2010년대 초반 이직했다. 많은 ‘이적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에서 재능을 키워 CJ ENM에서 꽃을 활짝 피운 꼴이다. KBS의 대들보였어야 할 인재들이 KBS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밀어내는 형국이다. KBS는 간판 PD 유출로 콘텐츠 기근에 시달린다. 실력 있는 인재가 남아있어도 제2 나영석, 제2 신원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간판 예능 코너인 ‘1박2일’마저 가수 정준영을 검증 없이 출연시킨 점이 문제가 돼 폐지 위기에 처해있다. 적어도 KBS가 예능 분야의 강자가 다시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KBS는 지난주 강원 고성ㆍ속초 일대 산불 대응과 관련해 도마에 올랐다. 산불 발생일인 4일 오후 10시53분부터 8분 가량 KBS1 뉴스특보로 산불 소식을 알렸지만 이후 정규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했다. 국가재난으로 급속히 번지던 사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KBS는 매뉴얼대로 움직였고, 지상파 방송 중 가장 먼저 속보를 내보냈다고 반박하지만 궁색하다. KBS의 재난방송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종종 있었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난 직후에도 특집 방송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일일 연속극 등을 내보냈다가 뭇매를 맞았다. KBS를 보고 있다가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는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KBS만 문제일까. 양대 공영방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MBC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 산불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뿐 아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방송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MBC는 ‘복면가왕’ 등 예능프로그램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하나 드라마는 시청률 1%대로 추락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KBS와 MBC 상황을 보다 보면 여러 의문이 들게 된다. 우리에게 공영방송이 더 이상 필요한가. 뉴스 기능은 떨어지고, 재미도 없는 채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KBS는 세금과도 같은 TV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는데 과연 그 값어치를 하고 있는가.

공영방송에 대한 회의감과 실망감이 커졌다고 하나 그 필요성은 여전하다. 편파보도를 넘어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시대, 공정 보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전국 네트워크와 인력에서 KBS와 MBC를 따라잡을 방송사는 아직 없다. 비판은 받아도 국가재난에 대처할 만한 방송 인프라를 갖췄다. 시청률 경쟁에 함몰된 상업방송들에서 다큐멘터리 등 양질의 교양프로그램이 나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 BBC와 일본 NHK를 공영방송의 모범으로 언급한다. 동의하면서도 요즘 미국의 공영방송 아닌 공영방송 PBS에 눈길이 간다. 거대 방송사는 아니고,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다. 국가와 거의 무관한 이 방송은 기부와 후원을 바탕으로 질 좋은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내보낸다. PBS 프로그램 앞에는 방송사 로고와 함께 ‘시청자 분들의 도움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책임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공영방송이 모든 분야를 감당하던 시대는 지났다. 잘해야 하는 걸 잘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할 때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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