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수퍼빈’ 대표 
2015년 수퍼빈을 창업한 김정빈 대표는 “쓰레기는 돈이고, 재활용은 놀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수퍼빈 제공

경기 과천시 중앙공원에는 금속 캔과 페트 병을 넣으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자판기 모양의 푸른색 인공지능(AI) 로봇이 있다. 폐기물을 품목별로 자동 분류해 압착하고, 수거 개수만큼 캔과 병을 넣은 사람의 휴대폰에 포인트가 쌓인다. 자원순환 AI 로봇의 이름은 ‘네프론(Nephron)’. 국내 기업인 수퍼빈이 만들었다.

수퍼빈을 창업한 김정빈(47) 대표는 미국 오리건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행정학 석사,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3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철강업체 코스틸을 거쳐 삼성화재 전략기획팀장으로 사내 컨설팅팀을 보조하는 업무를 하다가 2015년 6월 수퍼빈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가정에서 주로 남편이 전담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그는 “분리수거를 하다가 내가 분리한 물건을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면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분리수거가 잘 된 상품은 충분히 거래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돈을 주고 쓰레기를 사가는 사람들의 요구를 데이터로 반영하자는 생각에서 수거 로봇 제작에 착수했다.

 ◇AIㆍIoTㆍ빅데이터 접목한 쓰레기통 

‘네프론’은 스스로 순환이 가능한 자원을 판단하고 자동 선별ㆍ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ㆍ사물인터넷(IoT)ㆍ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쓰레기 통이다. 핵심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정확히 선별하는 기술이다. ‘네프론’에 적용된 수퍼빈의 인공지능 순환자원 인식 알고리즘인 ‘뉴로지니(Neuro-gene)’와 카메라 및 각종 센서들은 사람의 뇌와 눈 역할을 하는 영상인식 기반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감각기관 역할을 한다. 내부에 장착된 모터는 사람의 손과 발처럼 순환 자원을 나르고 저장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수퍼빈은 2017년 SK그룹이 유망 벤처업체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 ‘드림벤처스타(DVS)’에 선정돼 SK텔레콤으로부터 10개월 동안 사업 관련 멘토링, 사업기획, 아이템 발굴ㆍ개발, 마케팅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MWC19’의 부대행사에서 네프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퍼빈은 2017년 9월 ‘인공신경망 분석에 근거한 복잡적 물체 인식시스템 및 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며, 그 해 한국일보가 주최한 ‘제11회 하반기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 11월 첫 설치된 네프론은 현재 1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35대를 운영 중이다. 수거한 캔과 병을 되팔아 벌어 들인 수익금은 100%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으며, 네프론 판매비(대당 2,100만원)와 월별 운영요금으로 수익을 낸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퍼빈의 지난해 매출액은 5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매출액 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
 ◇”쓰레기는 돈, 재활용은 놀이” 

김 대표가 수퍼빈을 통해 창출하려는 사회적 가치는 뭘까. “쓰레기는 돈이고, 재활용은 놀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재활용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 방법으로 그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보상으로 포인트를 주고 이 포인트로 직접 물건을 살 수 있는 ‘쓰레기 마트’를 만드는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중에는 네프론을 트럭에 얹어 야구장이나 각종 행사장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고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동형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철제 캔과 페트 병만 분류하는 재활용 로봇을 뛰어넘어 다양한 종류의 대용량 쓰레기를 정확하게 선별해 분류하는 2세대 네프론도 준비하고 있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AI 프로그램 ‘알파고’처럼 쓰레기 분류의 달인인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대결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AI 기반 쓰레기 분류 로봇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재활용 자원을 선별 수거해 광학설비 소재로 이용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수거한 자원을 소재로 만드는 공정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재화 된 자원을 수거하는 업체들에게 넘기면 자원순환의 새로운 유통 경로가 만들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시민들이 서울 동대문구 벚꽃길에 설치된 자원순환 로봇 '네프론'에 캔과 페트병을 넣고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 수퍼빈 제공
시민들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설치된 수퍼빈의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에 페트병과 캔 등을 투입하고 수거 개수만큼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 수퍼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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