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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다나까체

입력
2019.04.0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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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경찰청은 의무경찰들이 관행적으로 쓰던 ‘다나까체’를 ‘해요체’로 바꾸고, 후임이 선임보다 나이가 많으면 서로 높임말을 쓰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나까체’는 군 병사들이 ‘좋습니다’, ‘보시겠습니까’처럼 ‘다’나 ‘까’로 끝나는 하십시오체를 쓰던 것을 가리킨다. ‘좋아요’나 ‘보시겠어요’와 같이 부드러운 해요체를 쓰면 군기가 빠진다고 여겨서 훈련소에서부터 교육하던 말투다. 군대에서는 이미 2016년에 상황에 따라 해요체를 쓸 수 있도록 했는데, 의무경찰에서도 비정상적 군대문화가 청산되는 것이다.

‘다나까체’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딱딱한 느낌이지만 하십시오체는 한국어 높임말의 가장 중요한 구성 성분이며, 일반 화자들도 ‘과장님,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교수님, 질문 좀 해도 되겠습니까?’처럼 하십시오체를 자연스럽게 쓴다. 문제는 군대에서 병사들이 선임이나 상급자에게 언제나 ‘다나까체’를 쓰도록 하여 상시적 긴장과 불필요한 위계질서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24시간 긴장하며 딱딱한 말투를 통일해서 써야 엄정한 군기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무와 휴식 시간, 격식적 훈련과 비격식적 자유 시간을 적절히 구분할 때 필요 상황에서 최고의 군기와 사기가 나올 수 있다.

경찰청 발표에서 후임이 선임보다 나이가 많으면 서로 높임말을 쓰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병사들이 상하급자처럼 엄격한 위계질서를 유지해 오면서 괴롭힘과 갈등이 많았다. 입대일과 나이를 절충해 높임말을 쓰게 한 것은 그런 문제를 줄이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귀중한 삶의 시간을 투자하여 나라에 봉사하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언어문화를 통해 자율과 책임 의식, 강한 연대감을 갖기를 기대한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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