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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닮은 점과 다른 점

입력
2019.04.0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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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상징하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현대문명의 총아인 화석연료 이용에서 비롯된 문제로 배출원이 상당 부분 겹친다. 전 세계적으로 초미세먼지의 85%,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99%가 에너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에너지 부문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이기도 하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류 생존의 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를 매년 700만명, 기후변화로 추가 사망하는 사람들 수는 매년 25만명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보수적인 평가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한 논문은 기후변화가 불러올 식량부족만으로 해마다 53만명가량이 추가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경을 뛰어넘는 초국가적 성격의 문제라는 점도 비슷하다. 대기 흐름에 국경이 있을 리 없다. 온실가스도 어떤 국가가 배출한 것인지 꼬리표가 달린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 ‘남 탓’을 하며 자국의 책임을 면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상대에게 손가락질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기후변화 협상에서조차 “Me First!(내가 먼저!)”가 강조되는 것은 “비난보다 협력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국제 외교무대의 불문율 때문일 것이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다른 점도 많다. 무엇보다 대기오염은 체감하기 쉽다. 대기오염물질이 일정 농도를 초과하면 시야가 뿌옇게 흐리고 눈과 목에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반면 온실가스의 대표 격인 이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통증의 기체다. 인체 감각만으로는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미세먼지 농도는 단기간 변동성도 크다. 기상 조건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좋음’과 ‘나쁨’을 오간다. 반면 기후변화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실체를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느리게 진행된다.

이 같은 차이는 우리들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삼십대 10명 중 8명은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미래만은 뿌연 하늘과 탁한 공기 속에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의 표현일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미세먼지만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진 않는다. 기후변화가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해결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와 준비 태세는 기후변화보다 크게 떨어진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다루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설립된 것이 9년 전의 일이다. 이 센터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과 추진의 심장 구실을 해 왔다. 피해 예방과 관련이 있는 기후변화 ‘적응’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중심으로 사회 각 부문의 기후변화 적응과 위험관리를 지원한다. 반면 대기오염 분야는 이제야 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을 앞둔 정도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배출원도 겹치고 특성도 비슷하다는 것은 이 두 문제를 떼어놓고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블랙카본과 대류성 오존 등 단기 체류 대기오염물질은 지구온난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 정체가 자주 발생하면 대기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

차이점이 주는 교훈은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 투자 없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 올해 추경은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길 기대한다.

안병옥 호서대 융합과학기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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