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용액 사라짐에 주목했다면… 미소지진 때 물 주입 중단했다면… 
 단층 위에 지열발전소 지은 건 부주의한 측면에 큰 불운이기도” 

사상 초유의 대입 수능시험 연기 사태를 초래한 포항지진이 다시 한 번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1978년 국내 지진 관측이 시작 이래 두 번째로 강력했던 지진이 인위적 충격 때문에 발생했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피해는 한국은행 추산 3,323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지진이기도 하다. 이 지진이 인위적으로 촉발된 지진임을 밝혀낸 정부조사연구단의 총괄 책임자인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한지질학회장)를 만나 사고원인 규명 과정과 조사 당시의 어려움, 지진이 남긴 교훈 등에 대해 들었다.

이강근(왼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2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국일보 정영오 논설위원과 포항지진 조사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2019-03-25(한국일보)

_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은 서울에 있던 기자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떻게 물 수천 톤을 지하 4,000m에 주입하는 것으로 그런 엄청난 재해가 벌어질 수 있나.

“지열발전소는 본격 가동 전 물의 순환통로를 만들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5차례 물을 주입했다. 그 과정에서 한쪽 지열정(PX-1)에는 물이 잘 주입된 반면, PX-2에는 물 주입이 더디자 작업자들이 수압을 계속 높였다. 현장 기록 검토 결과 2016년에는 무려 지상 기준 89㎫(메가파스칼)까지 수압을 높이기도 했다. 이 수압이면 지하 4,000m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에 해당하는 압력이다. 통상 지열발전 시 20㎫ 내외의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89㎫로 물을 주입하는 건 지하 지질에 심각한 변형이 벌어질 수 있는 과도한 충격이다. 이 때문에 지열정의 물 주입 지점 근처에서만 90여 차례의 지진이 잇따랐다. 그래서 물 주입을 수 차례 중지하기까지 했는데, 사업 자체를 중단하고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본진이 발생하기 전 가장 큰 규모 3.2 지진이 발생했던 2017년 4월에라도 주입 중단을 결정했다면 비극을 막았을지 모른다. 스위스 바젤의 지열발전소는 규모 3.4 지진 발생 후 공사를 멈추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년 동안 원인을 분석한 후 건설을 중단했다.

포항에서 했던 방식의 지열발전용 물 주입으로 이처럼 대규모 지진이 난 선례도 없고, 그때까지 두 지열정의 거리인 600m 사이 지점, PX-2에서 불과 250m 정도 떨어진 곳에 지하단층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에 사업자는 중단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2015년 10월 말께 PX-2를 뚫는 과정에 시추용액으로 쓰이는 이수(泥水ㆍ드릴링 플루이드)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현상에 주목했다면 단층을 만났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작업자는 이 현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누구도 단층 존재 가능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이 두 번의 결정적 경고음이 무시된 채 물을 계속 주입하면서 PX-2 지하 3,800m 지점을 통과하는 단층면이 조금씩 파열돼 수십 차례의 미소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다 결국 면적 수㎢ 이상의 단층면이 파열해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게 조사의 결론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진 단층면 / 김문중 기자/2019-03-20(한국일보)

_ 지열발전소를 짓기 전에 정밀 지질조사를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전에 지하에 숨어있는 단층을 찾기란 굉장히 어렵다. 지진 전까지 그곳에 단층이 있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지진 이후 우리가 조사할 때도 문제가 된 단층보다 위쪽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 단층 위치를 찾기 위해 시추공 영상검층을 했지만 그 깊이에서는 단층이 움직인 징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사후에 찾을 때조차 진원이 된 단층을 정확히 찾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물 투입 후 발생한 지진의 진원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추 때 이수 누출 등을 신중하게 점검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면, 더 큰 지진이 나기 전에 문제의 단층을 일찍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_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포항 지역에 지열발전소를 지으려고 한 것부터가 문제 아닌가.

“지열 연구자라면 국내에서는 포항 지역이 지열발전소가 필요로 하는 지열원을 얻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입지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포항은 지하에 단층이 많다는 것을 빼면 지하의 깊이에 따른 온도 상승률을 뜻하는 지열구배(地熱句配)가 높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 4,300m까지 뚫었지만, 서울에서 그 정도 지열을 얻으려면 6,000m까지는 내려가야 할 것이다. 또 지하에 단층이 많다고 모든 단층이 지진의 원인이 되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다. 단층이 형성된 방향과 기울기 같은 자세가 지진 발생 가능성을 좌우한다. 넓은 후보지 중 하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방향성의 단층 바로 위에 지열발전소를 짓기 시작한 것은 부주의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모두에게 큰 불운이라고 할 수 있다.”

_ 포항지진 책임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 당시 땅을 뚫기 시작해 박근혜 정부 때 물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현 정부 때 지진이 촉발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뿐 아니라 피해도 엄청나서, 조사단장을 맡기로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부가 원인 조사를 맡아줄 지 의사를 타진해 왔을 때, 지질학회 이사회 임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물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게다가 조사단 구성 전에 이미 포항지진은 경주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와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모두 있는 상황이어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반발이 예상됐다. 그래서 학회가 주체가 된 조사단을 꾸리면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나 결과의 논란 가능성은 배제한 채 전공자의 집단지성을 발휘해 과학의 엄밀성을 좇아 결론을 내는 것이 학회의 사회적 책임이라 판단해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강근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포항지진 조사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019-03-25(한국일보)

_ 조사는 언제 시작했나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착수 보고회를 열고 4월에 포항에서 주민설명회를 했다. 설명회가 시작되자마자 주민이 ‘우선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지열발전소가 땅밑에 물을 주입해 충격을 주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전공자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미리 경고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였다. 전공자로서 부인할 수 없는 아픈 지적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분위기는 현지 조사 때마다 계속됐다. 특히 주민들에게는 원인보다 책임 소재가 더 큰 관심사였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원인을 찾는 임무를 맡고 있지 책임자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수긍하지 않았다. 또 지열발전 사업자가 서울대 출신인데, 조사단에 서울대 출신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_ 원인 규명이 어려운 데다, 결론에 따라서는 정부의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등 사회적 여파도 커 모호한 결론이 나올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론이 예상 밖으로 명쾌했다.

“예상했던 대로 지진 원인이 된 단층을 찾는 것부터 막막했다. 이건 땅밑 4,000m 일이고 이미 지진이 나 버려 힘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재현하기도 어렵다. 벌어진 상황에 대한 과거 자료로 유추하는 길뿐이다. 그래서 지질학계 사람들조차 교통사고 책임 분석처럼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했다. ‘인공이냐 자연이냐’가 7대 3인지, 6대 4인지 하는 식이다. 이렇게 원인을 비율로 나눠줘야 추후 피해보상 소송에 기준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조사단은 과학적 절차를 엄밀히 따라가다 보면 분명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우선 여러 곳에서 탐지된 지진파를 종합해 진원의 상대적 위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 그렇게 오차가 좁혀진 상대적 위치를 가지고, 정확한 절대 위치를 결정할 수 있었던 특정 지진의 진원과 매치해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다. 결국 정확한 진원을 찾는 것은 단층 운동이 일어난 지점을 찾는 것과 직결된다. 다행히 조사에 착수한지 5개월째인 지난해 8월 영상검층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았다. 시추공 내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카메라를 두 관정에 넣어 내부를 내시경 보듯 관찰했다. PX1은 거의 시추공 끝까지 들어간 반면, PX2는 튼튼한 파이프가 4,200m 깊이까지 있었는데, 3,800m 지점에서 막혀 있었다. 지진으로 관정이 변형되고 파손된 지점을 찾은 것이다. 본진 이전에 발생한 무수한 미소 지진들의 위치를 찍어보니, 특정 면 위에 존재하고, 그것은 본진의 경사와 방향이 거의 일치했다. 포항지진 이전의 미소지진들과 본진이 같은 범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지진의 원인이 인공적이라는 증거였다. 그 단층이 곧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였다 해도 인공으로 투입한 물과 미소지진들이 그 단층을 자극해 본진 발생을 촉발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 년 전 발생한 경주지진의 진원은 약 40㎞ 떨어져 있고 단층에 가한 힘도 상대적으로 약한데, 그것이 설령 영향을 주었더라도 그 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준 물 주입이 당연히 더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열정의 물이 주입되는 위치에서 겨우 250m 거리에 단층면이 있고, 본진의 진원도 500m 거리라는 점도 지열정의 물주입이 지진을 촉발했다는 것 외에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을 수 없게 만든다.”

_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금 소회는.

“원인 규명이 피해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원인 조사를 해보니 일부러 이런 결과를 만들라 해도 힘들 것 같은데, 왜 하필 이런 발생 확률이 낮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는지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면,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청정에너지원이 될 수 있었는데, 당분간 재시도는 어려울 것 같다. 설사 조사 결과가 자연지진으로 나왔어도 이 사실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하 개발 시 사전에 철저한 지질검사와 작업 중 정교한 위험관리가 필수 절차로 정착돼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

인터뷰=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 이강근 교수는 

1962년생. 서울대에서 학ㆍ석사를 마치고, 1992년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93년부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SPARC(과학기술산업융합최고과정) 주임교수 및 한국연구재단 자연과학단 지구과학 분야 책임전문위원(CRB) 등을 지냈고, 2018년부터 대한지질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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