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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철도ㆍ도로 더디자 하늘길로... 비행기 승객 증가율 쑥쑥

입력
2019.03.2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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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저가항공 비엣젯 승객들이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 원격 주기장에 세워진 항공기 탑승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저가항공 비엣젯 승객들이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 원격 주기장에 세워진 항공기 탑승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남북으로 길이가 1,600㎞에 이르는 국토와 1억 인구를 가진 베트남은 항공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철도는 독립 이후 사실상 성장이 멈췄고, 고속도로는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 한국에선 2, 3시간이면 족할 200㎞ 남짓한 거리를 가는데 6, 7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륙하자마자 고도를 낮춰 착륙 준비한다’는 국내선 항공노선이 베트남에 많은 이유다.

 ◇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응우옌 티 투이 빈 비엣젯 부회장은 “지난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매 항공편 승객의 30%가 비행기를 처음 타는 손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저렴한 요금도 요금이지만, 베트남의 항공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1년 출범한 비엣젯은 비키니 차림 승무원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국내선 항공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항공사 베트남항공을 제친 항공사다.

실제로 베트남 항공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7년까지 10년 연속 연 평균 17.4%씩 성장했다. 세계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률(7.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현지 매체 베트남넷은 당국을 인용, “항공편 수도 연평균 16%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따로 시간을 내서 비엣젯과 신생 뱀부항공 등으로부터 항공기 구매 계약서 사인을 받아 갈 정도로 베트남은 항공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 1월 중순 상업 운항을 시작한 베트남 다섯 번째 항공사, 뱀부항공 소속의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푸시카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지난 1월 중순 상업 운항을 시작한 베트남 다섯 번째 항공사, 뱀부항공 소속의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푸시카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 5항공사 등장… 치열해지는 시장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베트남이지만, 항공시장의 경쟁 상황은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베트남의 다섯 번째 항공사인 뱀부(Bambooㆍ대나무)항공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이곳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뱀부항공이 뛰는 노선 중 타 항공사 운임이 내려간 곳이 있다”고 전했다.

뱀부항공은 베트남 부동산개발 업체, FLC그룹이 대주주다. 중부 꾸이년 공항을 모항으로, 그 주변에 조성한 골프장, 리조트 등 FLC그룹의 자산을 이용할 고객들을 직접 ‘모시기’ 위해 설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왕복 항공권, 공항 픽업, 호텔, 스파, 골프장 등을 다양한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엄청난 주문이 몰리고 있다”며 “이것은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뱀부항공는 국내선은 물론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에 먼저 취항한 뒤 유럽, 미국 장거리 국제선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항공시장은 외국 항공사들도 노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기반의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는 올해 초 베트남 현지 관광업체인 비엣트레블그룹과 손잡고 베트남 내 항공사 설립을 공식화 했다. 중부의 고도(古都) 후에가 속한 투아 티엔 후에성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지방 정부인 후에성에 이어 지난달에는 중앙정부에도 항공사 설립을 위한 관련 서류를 보내놓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뉴스에 따르면 외국항공사의 베트남 진입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한 항공사 지점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큰 수익을 내자 베트남 정부는 취항 외항사에 대해 노선 증설도 불허하고 있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에는 신생 뱀부항공을 포함, 국적항공사인 베트남항공, 비엣젯, 호주 콴타스항공이 베트남항공과 합작해 만든 저가항공사 젯스타퍼시픽, 긴급의료구조 수색 등 특수목적 항공기를 운영하는 바스코(VASCO)가 영업 중이다.

 ◇ 예고전 … ‘조종사 쟁탈전’ 

항공수요가 급팽창 하면서 항공기가 늘고, 거기에 항공사까지 새로 들어서고 있지만, 문제는 조종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데 있다.

베트남 민간항공국 (CAAV)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 베트남이 필요로 하는 조종사는 2,680명. 지금보다 1,000명 이상 많은 규모지만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트남항공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조종사 수는 1,100명, 올해엔 1,293명의 조종사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0년에는 1,340명, 2025년에는 1,570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당장 1,293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193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항공사 사이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뱀부항공은 비엣젯보다 20% 가량 높은 급여를 제시하고 있는데, 중도 사퇴할 경우 물어야 하는 위약금까지 대신 부담할 정도다. 현지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조종사 부족으로 결항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도의 인디고항공은 수십편의 운항을 포기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조종사 부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급성장 베트남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CAAV는 남부 락지아 군공항에 상업 항공기 조종사 양성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관계 기관들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항공시장은 급성장 하고 있지만 베트남 공항들의 운용 효율성을 낮다는 것이 대체적이 평가다. 청소부가 자전거를 타고 항공기 주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항공시장은 급성장 하고 있지만 베트남 공항들의 운용 효율성을 낮다는 것이 대체적이 평가다. 청소부가 자전거를 타고 항공기 주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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