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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학의 동영상 첩보 보고했나… 진실게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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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학의 동영상 첩보 보고했나…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19.03.27 04:40
수정
2019.03.27 09: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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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동영상 첩보 올렸다” 경찰은 부글부글, 곽상도 의원 “경찰이 허위보고”

[저작권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작권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수사와 함께 박근혜 정부 민정라인의 수사외압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김 전 차관 임명 당시의 검증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당시 경찰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이른바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를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사건 초기 청와대가 수사를 막기 위해 경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풀어갈 열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사정기관 등에 따르면 경찰은 2012년 12월 성폭행 건으로 고소당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성관계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 CD를 입수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윤씨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첩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듬해 3월. 청와대가 법무부 차관 인선을 앞두고 소문이 무성하던 동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김 차관 동영상 소문이 사정 당국에 공공연히 퍼져 있는 상태라 청와대에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청 범죄정보과와 수사국이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내사에 착수한 건 아니어서 정확한 사실 관계가 파악된 건 아니지만 관련 동영상이 있고 현재 이를 확인 중”이라고 보고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곽 의원을 포함한 당시 민정수석 라인은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곽 의원은 “인사 검증 당시 동영상과 관련해 경찰에 이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는데 경찰이 없다고 했다”며 도리어 경찰의 허위 보고를 문제 삼았다. “그 후 하루 이틀 지나 인사 발표가 나자 오후에 찾아와 수사하고 있다고 해서 대통령에 허위 보고한 사실에 대해 야단을 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차관에 대한 검증 보고서를 작성해서 비서실에 올리기 전까지도 수없이 경찰 첩보(성관계 영상)에 대한 내용을 확인 요청했는데 경찰이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곽 의원과 같은 정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실패를 경찰에 덮어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엔 첩보 입수 단계라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었고 당연히 수사 착수 단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고한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 당시 김 전 차관이 지명 발표 8일 만에 자진사퇴하자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전 차관 외에도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 장차관급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민정라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던 때다.

[저작권 한국일보]김학의 사건 폭로에서 1차 수사까지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김학의 사건 폭로에서 1차 수사까지_김경진기자

인사 파동 직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경찰청 내 김학의 사건 담당 수사지휘 라인이 전원 물갈이된 과정도 수상쩍다는 게 경찰의 시선이다. 유임이 지배적이었던 김기용 경찰청장은 3월15일 갑자기 사의표명을 하고 물러났고, 새로 취임한 이성한 경찰청장은 수사책임자인 당시 김학배 수사국장을 시작으로 담당 과장까지 모두 전보 조치했다. 당시 김학의 사건을 지휘한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본청에 온 지 4개월 만에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정기인사 때도 아닌 시기에 중요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지휘관을 한 번에 갈아치우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차관 사건을 덮기 위한 청와대의 외압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인사였다”면서 “그나마 당시 지휘관들이 원칙대로 수사하라고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검찰 기소까지 이어지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정라인의 반박으로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서는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곽 전 수석 등이 김 전 차관을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부당하게 인사조치해 사건의 실체를 왜곡되게 했다’고 밝힘에 따라 일단 경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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