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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5초’ 제로페이, 실적 4배 늘었지만… 가맹점 확대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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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5초’ 제로페이, 실적 4배 늘었지만… 가맹점 확대가 과제

입력
2019.03.27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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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2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스전문점에서 오렌지주스를 주문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A은행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뒤 가게 안에 부착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눌러 전송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결제 완료 메시지가 떴다.

작년 12월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이달 29일 도입 100일째를 맞는 제로페이를 직접 사용해보니 결제 방식은 크게 번거롭지 않았다. 그러나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됐는데도 실제 결제가 되지 않는 점포가 적지 않은 점은 여전히 문제였다.

제로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앱에서 QR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을 바로 보내는 방식이다. 결제 단계를 최소화한 덕에 신용카드(0.8~2.3%)에 비해 결제수수료를 크게 낮췄다.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들은 결제 수수료가 아예 없고, 연 매출 8억~12억원은 최대 0.3%, 12억원을 초과해도 수수료율은 0.5%를 넘지 않는다.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제로페이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는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는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 40%까지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초기에는 결제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기대만큼 사용률이 높지 않아 ‘사용자가 제로(0)라서 제로페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올해 1월 2억8,300만원, 2월 5억3,000만원, 3월(21일 기준) 7억5,100만원으로 점차 늘고 있다. 결제 건수 역시 1월 1만5,000건에서 3월 3만 7,160건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 실적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하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결제 금액은 각각 49조7,000억원, 14조3,000억원, 18조6,900억원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신용카드의 0.001%에 불과한 실정이다.

꺼내서 바로 긁으면 되는 신용카드와 달리 제로페이는 모바일 앱을 실행하고 비밀번호를 누른 뒤 점포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 스캔을 하고 소비자가 직접 결제금액까지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석 달이 넘은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 기자가 두 점포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했는데 총 결제 시간은 5초 안팎에 불과했다.

정부는 제로페이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카드결제단말기(포스기)와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QR코드만 보여주면 가맹점의 스캐너가 이를 바로 인식하는 방식이라 결제 과정은 더 간편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제로페이 가맹점이 주변에 많지 않다는 점은 여전한 숙제다. 중기부에 따르면 제로페이 가맹점은 1월 4만6,600개에서 현재 10만8,282개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기 힘든 실정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제로페이’를 치고 위치정보를 검색하면 인근 제로페이 가맹점이 지도에 표시된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서울 중구와 은평구 일대 약국과 커피숍, 주스전문점, 문구점 등 8곳의 매장을 방문했는데, 실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 매장은 “사업자가 바뀌어 다시 가입해야 한다”, “제대로 설치가 안 돼 있다”며 제로페이 결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제로페이 가입 신청을 하면 QR 코드 키트가 배송된다. 자영업자가 이를 받아 스마트폰 앱과 계좌, 키트를 연동해야 비로소 점포에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입신청을 한 점포가 10만개인데 이 중 실제 키트까지 설치해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점포가 몇 개인지는 추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6대 편의점과 60여 개 프랜차이즈로 제로페이 가맹점을 늘려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체크카드 등의 결제수단도 정착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제로페이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1월 제로페이 하루 결제 금액이 9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500만원으로 4배 늘었다”면서 “체크카드의 경우 하루 결제 실적이 1,000건을 돌파하는데 1년 걸린 반면 제로페이는 두 달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페이는 사람으로 치면 신생아인데, 몇 가지 시행착오만 잘 넘기면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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