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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이젠 짜치게 살지 말고 멋을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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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이젠 짜치게 살지 말고 멋을 찾읍시다”

입력
2019.03.26 17:46
수정
2019.03.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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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맞아 1989년생 가수 태연 장범준 등과 ‘이제 서른’ 프로젝트

1989년 교내 가요제 금상을 탄 뒤 본격적으로 창작에 뛰어든 가수 윤종신은 26일 "노래도 하고 예능도 하고 최근에 식당까지 한다. 잡다하게 살아왔다"며 웃었다. HNSHQ제공
1989년 교내 가요제 금상을 탄 뒤 본격적으로 창작에 뛰어든 가수 윤종신은 26일 "노래도 하고 예능도 하고 최근에 식당까지 한다. 잡다하게 살아왔다"며 웃었다. HNSHQ제공

가수 윤종신은 2011년 가요기획사 미스틱89(현 미스틱스토리)를 세웠다. 최근엔 작사가 박주연을 비롯해 가수 조규찬, 퓨어킴 등과 창작그룹 팀89도 꾸렸다. 윤종신의 활동 궤적엔 숫자 89가 함께 한다.

◇015B, 신해철, 조용필… 윤종신의 눈부신 1989년

윤종신에게 1989년은 특별하다. 기타 치며 노는 데 정신이 팔렸던 대학교 2학년 학생은 우연히 나간 교내 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당시 윤종신은 미성의 소유자였다. 가요제 수상을 계기로 윤종신은 프로젝트 그룹 015B의 객원 가수가 됐다. 그는 015B와 친하게 지내며 가수 신해철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가왕’ 조용필과 연도 닿았다. 당시 신해철의 음악 둥지가 바로 조용필의 소속사였다. 대학에서 원하는 전공을 택하지 못해(국문학을 전공했다) 학사경고를 받고 군대에 갈까 재수를 할까 방황하던 시기에 윤종신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89년은 제게 어안이 벙벙한 해였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실타래 풀리듯 인생이 풀렸죠.”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트라디움. 신작 프로젝트로 취재진과 만난 윤종신은 “그래서 제가 89란 숫자를 좋아한다”며 웃었다. 윤종신은 음악업계에 발을 들은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지나왔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20대엔 뭣도 모르고 음악을 했죠. 30대가 되니 실패도, 시행착오도 잦았고요. 데뷔 20주년을 맞은 40대가 제겐 가장 큰 위기였어요. 히트곡도 안 나오고 이러다 몇 년 못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시작한 게 ‘월간 윤종신’이었고요. 창작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죠. 그렇게 매달 ‘월간 윤종신’을 발표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흘렀네요.”

◇“서른에게 보내는 응원 ‘멋’

윤종신은 자신에게 특별한 숫자 89를 계기로 프로젝트 ‘이제 서른’을 시작한다. 올해로 서른이 된 1989년생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1989년에 태어난 후배들과 협업한다. 윤종신이 이날 오후 6시에 공개한 신곡 ‘멋(서른에게)’은 1989년생에 바치는, 청춘 예찬가다.

윤종신은 곡에서 “너무 찌들지 마”라며 “단 한 번뿐인 그 모습을 더 꾸며 봐”라고 노래한다. 미래의 불안에 허덕이는 ‘88만원 세대’에 보내는 격려다. 윤종신은 “(김)광석 형이 ‘서른 즈음에’로 고민을 얘기했다면, 난 (서른) 본연의 멋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에서 “짜치게 살지마”라고도 한다. 짜치다는 쪼들리다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제가 이십 대였던 1990년대엔 틈이 많았어요. 멋 부리는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실속 차리는 사람이 예찬 받았죠. 하지만 요즘은 모든 젊은이가 실속파잖아요.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고 기성세대가 ‘지금 해놓지 않으면 폭망한다’고 채근한 탓도 있고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해하죠. 그래도 지금 젊은 세대가 멋 좀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옷 잘 입는 멋이 아니라 조금 헐겁게 살며 여유를 찾으면 눈살 찌푸릴 일도 줄지 않을까요?”

프로젝트 '이제 서른'에 참여하는 가수들. 왼쪽부터 어반자카파의 박용인, 권순일, 조현아, 가수 윤종신, 태연, 장범준. HNSHQ제공
프로젝트 '이제 서른'에 참여하는 가수들. 왼쪽부터 어반자카파의 박용인, 권순일, 조현아, 가수 윤종신, 태연, 장범준. HNSHQ제공

◇태연이 부를 ‘춘천가는 기차’ 장범준의 ‘그대 떠난 뒤’

윤종신의 ‘이제 서른’엔 올해 서른이 된 가수 태연과 장범준도 참여한다. 윤종신이 총괄 제작을 맡아 태연은 ‘춘천 가는 기차’를, 장범준은 ‘그대 떠난 뒤’를 다시 부른다. ‘춘천 가는 기차’는 김현철이, ‘그대 떠난 뒤’는 그룹 사랑과 평화가 각각 1989년에 발표했다. 1989년에 세상에 나온 가수들이 1989년 노래를 30년이 흘러 새롭게 재해석하는 실험이다.

태연은 “이번 기회를 통해 노래를 제대로 다시 들었는데 보사노바풍의 느낌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장범준은 “유재하 선배님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1987) 등 1989년 즈음에 나온 노래들이 좋은 곡들이 참 많더라”며 “‘그대 떠난 뒤’는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지점이 많아”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태연이 부른 ‘춘천 가는 기차’는 5월에, 장범준의 ‘그대 떠난 뒤’엔 한 달 앞선 4월에 공개된다. 올해 서른이 된 조현아가 속한 보컬그룹 어반자카파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김완선의 ‘기분 좋은 날’을 다시 부른다. 곡은 6월에 공개된다.

◇“날 찾고 있어” 89년생 가수들의 고민

‘이제 서른’ 프로젝트는 올해 서른이 된 가수들에게도 음악 활동에 새로운 각오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태연은 “사실 요즘 좀 혼란스러웠다. 어떤 곡을 만나면 제가 어떻게 보일지, 저도 잘 모르고 과연 정답이 뭘까 싶기도 하다”며 “계속 나 자신을 찾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장범준은 “아이를 키우고 병역을 치르면서 음악이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며 “결혼하고 나서 고민도 많았다. 난 청춘의 느낌이 나는 가사와 멜로디로 사랑받은 사람이잖나. 결혼하고 나서 왕성하게 활동한 윤종신 선배에 조언을 좀 듣고 싶다”며 웃었다.

조현아는 “서른이 되니 생각이 참 많아지더라”며 “뒤돌아보면 모두 제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래서 앞으로의 선택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윤종신을 중심으로 태연, 장범준, 어반자카파가 모인 ‘이젠 서른’은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캐주얼 브랜드 빈폴과 함께 진행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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