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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 '봐주기 감사'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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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 '봐주기 감사' 꿈도 못 꾼다

입력
2019.03.2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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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불 끈 아시아나항공 회계쇼크가 남긴 것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김경진기자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오며 주식거래까지 정지당했던 아시아나항공이 26일 서둘러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내며 나흘 만에 급한 불을 껐다. 이로써 회사채 상환 일정에도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며 일각에선 유동성 위기 우려까지 불렀던 ‘아시아나 회계 쇼크’는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들게 됐다.

하지만 이전 재무제표에 비해 적정 의견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상 실적은 현저히 나빠졌다. 이번 사태로 실추된 기업 신뢰도는 물론, 애초 손실폭을 줄여보려다 감사에 걸린 것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전망에도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갈수록 깐깐해지는 회계업계의 감사 태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또 다른 대기업의 회계 쇼크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실 늘어난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주식시장 개장에 앞서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22일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낸 지 나흘 만이다. 새 재무제표에는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했던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아직 수익이 실현되지 않아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수익) 인식ㆍ측정 △에어부산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한 데 따른 자본 과소계상 관련 수정사항 등이 반영됐다.

앞서 회계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지적 사항을 수정하면 관련 충당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 새 재무제표에는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관련 충당부채가 약 425억원, 마일리지 이연수익 관련 부채가 약 391억원 늘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조달 방식 때문이다. 리스기간이 끝난 항공기를 정비해서 반납해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이 정비비용을 항공기 반납 시점에 맞춰 충당금으로 쌓아 정비비용이 지난 사업년도에 제대로 반영이 안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일리지도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지만 올해부터 마일리지가 단계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소멸 예상분’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을 거란 게 회계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적정 의견을 받은 재무제표상 실적은 당초보다 악화돼 이 같은 회계업계의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영업이익은 3분의 1토막(887억원→282억원) 났고, 순손실은 2배 가량(1,050억원→1,959억원) 늘었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항목들에서 손실도 줄이면서 회계상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비용 인식을 하는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장 전 공시를 통해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전환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이날부터 매매거래가 재개됐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을 27일 관리종목 지정에서 해제한다. 상장채권인 아시아나항공86의 거래정지도 같은 날 해제되고, KRX300 지수에도 그대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계정보를 제대로 공개ㆍ반영하지 않았고 재무제표 수정을 거치며 실적까지 하락해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98% 하락한 3,435원에 장을 마쳤다.

 ◇제2 아시아나항공 잇따를 수도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에는 지난해 11월 도입된 개정 외부감사법으로 한층 깐깐해진 회계업계의 감사 문화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외감법은 감사인의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가 드러나면 징계로 이어져 ‘봐주기 감사’를 원천차단하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기업들에겐 위협 요인이다. 모든 상장사와 소유ㆍ경영 미분리 비상장사는 2020년부터 감사인을 6년 동안 ‘자유 선임’하고 그 뒤 3년 동안은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유 선임 시절 이뤄졌던 회계를 지정 감사인이 다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법인으로선 애초부터 문제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더 깐깐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최근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사 중 코스피 5곳, 코스닥 18곳 등 총 23개사가 ‘의견거절’이나 ‘한정’ 같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로 대기업이 상장된 코스피에서도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이 2016년 3곳에서 작년 5곳까지 늘어난 것은 확실히 회계업계가 달라졌다는 의미”라며 “제2의 아시아나항공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한동안은 기업들이 힘들더라도 새 감사 문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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