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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쿠데타 세탁… 태국, 군부국가 자리 굳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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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쿠데타 세탁… 태국, 군부국가 자리 굳히나

입력
2019.03.25 18:44
수정
2019.03.25 22: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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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치러진 총선에서 선전한 쁘라윳 짠오차(가운데_ 태국 총리가 25일 오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방콕 정부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선전한 쁘라윳 짠오차(가운데_ 태국 총리가 25일 오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방콕 정부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24일 치러진 태국 총선을 바탕으로 태국에서 군부정권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이끄는 군부정권을 지지하는 신생 팔랑쁘라차랏당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반(反)탁신’ 성향의 보수ㆍ왕당파 정당으로 활약하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몰락하면서 신생정당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25일 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현재 기준으로 제1 야당인 푸어타이당은 130석, 팔랑쁘라차랏당은 120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퓨처포워드당이 78석으로 3위를 차지해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고, 푸어타이당과 쌍벽을 이루던 최장수 정당 민주당은 49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민주당를 이끌던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가 저조한 선거 성적에 책임을 지고 전날 밤 사임한 만큼 팔랑쁘라차랏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당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현지 정가 관계자는 “아피싯 전 총리는 팔랑쁘라차랏당과 같은 왕당파, 보수당이었지만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이번 선거로 태국 대표 보수정당 타이틀을 팔랑쁘라차랏당이 넘겨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선거가 당초 군부정권의 연장이냐, 민주주의로의 복귀냐의 문제로 세계적 관심을 모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팔랑쁘라차랏당이 자리했던 만큼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군부정권이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한 소식통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가, 5년 만에 선거를 통해 신분을 ‘세탁’한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팔랑쁘라차랏당의 선전을 ‘어부지리’로 평가했다. 지난 10년여간 태국 정치판을 흔들어온 탁신계 ‘레드셔츠’와 왕실ㆍ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옐로셔츠’ 사이의 갈등이 양쪽 모두에 패배를 안겨줬다는 것이다. 태국 최장수 보수정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옐로셔츠는 2006년 탁신 전 총리, 2014년에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의 퇴진운동을 주도하며 레드셔츠와 격돌했다. 이번에도 친ㆍ반탁신 세력이 부딪치자 국민들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측 갈등이 심화하자 태국 국민들이 갈등을 막고 정치를 안정시킨 군정을 높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절대ㆍ군주주의던 태국이 1932년 입헌군주제로 바뀐 후 49년 동안 군부가 통치한 역사도 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외부 세계에서 보는 것만큼 크지 않았으며, 그 결과 군부정당이 선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방콕포스트 출신의 현직 언론인 P(65)씨는 “미국이 발표하는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에서 태국은 2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됐으나, 쁘라윳 총리 집권 이후인 2016년 1단계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며 “한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생각하는 만큼 군부정권하에서의 인권 침탈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탁신 전 총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총 투표수가 유권자수를 넘어섰고, 또 다른 지역은 투표율이 200%로 나타났다”며 “선거가 군부정권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방콕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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