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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위 공직자들의 해외 도피

입력
2019.03.25 18:00
수정
2019.03.25 18: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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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가운데 가장 오래 해외 도피 중인 인물은 조홍 전 육본 헌병감(육사13기ㆍ준장 예편)이다. 1995년 검찰이 전두환ㆍ노태우씨 등 신군부 세력에 대해 12ㆍ12와 5ㆍ18 등의 군사반란 및 내란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자 캐나다로 도피해 23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12ㆍ12 당시 수경사 헌병단장으로 직속상관인 고 장태완 사령관을 불법 연행한 혐의를 받는 그는 여권 유효기간이 진작 만료돼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황당한 것은 그가 군인연금을 받기 위해 소재지를 매년 국방부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언론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신병확보에 나선다고 법석이다.

□ 조씨와 흡사한 경우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다. 지난해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주도해 합수단 수사 대상이 됐으나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 군 장성 출신에 내란 혐의를 받는 것도, 도피자금으로 군인연금이 활용되는 것도 동일하다. (지난달부터 해외도피 등으로 기소중지 처분된 군인에 대해 연금 지급액 절반을 유보하는 법이 시행됐다.) 고위 장성들의 도피 행각을 보는 군 내부의 시각은 따갑다.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지 않자 당시 기무부대원들은 “사령관 때 전국 50여개 모든 기무부대를 돌며 경례를 받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며 손가락질했다.

□ 불법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사실상 해외 도피나 다름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을 초래한 요인 중 하나인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의혹을 검찰 과거사위가 2017년 재조사를 시작하자 이 전 부장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그는 출국 직후 “조사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귀국하겠다”고 했으나 말뿐이지 자진 귀국 의사가 없어 보인다. 검찰 조사도 흐지부지된 상태다.

□ 22일 밤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려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도피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재수사 시작 시점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항공권 예매도 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해외로 나가려다 들켰는데 도피 의도가 없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슬그머니 출국했다 돌아오지 않는 범죄 혐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번번이 속아온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심이다. 검찰 과거사위가 25일 경고한 것처럼 “국민을 뭘로 보고 그랬느냐”고 묻고 싶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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