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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 선 마운드 ‘서른 즈음에’ 광속구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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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 선 마운드 ‘서른 즈음에’ 광속구가 꽂혔다

입력
2019.03.25 15:04
수정
2019.03.25 18:5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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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반전 파이어볼러 하재훈ㆍ강지광

150㎞ 강속구 펑펑… SK 불펜 ‘히트’ 예감

Figure 1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동갑내기 파이어볼러 하재훈(왼쪽)-강지광. SK 제공
Figure 1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동갑내기 파이어볼러 하재훈(왼쪽)-강지광. SK 제공

뚜껑을 열자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작년 ‘그 선수가 맞나’ 싶을 만큼 놀라운 반전이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사연 많은 프로야구 SK의 닮은 꼴 ‘파이어볼러’ 하재훈(29)과 강지광(29)이 포수 미트에 펑펑 꽂히는 시속 150㎞대 강속구로 오랫동안 야구 개막을 기다렸던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하재훈, 강지광은 지난 23~24일 KT와 인천 홈 개막 2연전에 나란히 중간 계투로 출격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고 시속 155㎞까지 찍었던 하재훈은 23일 상대의 중심 타선 강백호(삼진)-멜 로하스 주니어(2루수 뜬 공)-유한준(좌익수 뜬 공)을 공 15개로 가뿐히 처리했다. 이날 직구 최고 시속은 150㎞였다.

이튿날엔 강지광이 세 타자를 맞아 공 10개로 한 이닝을 끝냈다. 직구는 6개를 던졌는데, 모두 151~153㎞에서 형성됐다. 둘이 마운드에 오른 다음 타자들이 곧바로 역전에 성공해 승리 선물까지 따라왔다. 2연전 동안 기대 이상의 호투로 ‘필승조’ 가능성을 확인한 염경엽 SK 감독은 미소를 절로 지었다.

1990년 10월 출생인 하재훈과 강지광은 올해 개막전에서 빛을 보기 전까지 오랜 시간 ‘암흑기’를 보냈다. 하재훈은 마산 용마고 졸업 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단계를 밟아 2013년 메이저리그 전 단계인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015년 잠시 투수로 도전해본 다음 2016년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맹타를 휘둘러 그 해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와 계약을 했지만 1군 17경기 출전에 그친 뒤 이듬해 독립리그로 돌아갔다.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마운드에 종종 올랐던 하재훈의 강한 어깨를 눈 여겨 본 염 감독은 SK 단장 시절인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수가 아닌 투수로 하재훈을 지명했다.

강지광도 인천고 시절엔 투수 유망주였지만 2009년 LG의 지명을 받은 이후 부상 등으로 단 한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다가 2014년 히어로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타자로 전향했다. 타자로 장타력을 인정 받아 1군 엔트리에 들어왔지만 매년 반복되는 부상 악몽에 시달렸고, 2017년 단 한 타석만 선 다음 2018년 SK에서 투수로 재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형편 없었다. 어깨가 좋아 공만 빨랐지, 직구로도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꽂지 못할 정도로 정교함이 부족했다.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무려 27.00(3이닝 7실점)에 달했다. 그래도 SK는 강지광을 포기하지 않았다. 2군에서 제춘모 코치부터 1군 손혁, 최상덕 코치까지 지속적으로 공 들여 지도한 결과, 강지광은 불안한 제구를 잡고 떨어지는 변화구도 장착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 살에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하재훈은 “1이닝 투구에 데뷔 첫 승이라는 큰 영광을 안았다”며 “출발이 좋으니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갑내기 강지광 또한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라 선수들과 응원해준 팬들이 함께 이뤄낸 값진 승리”라며 “어떤 상황이든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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