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권준수의 마음의 窓] 버닝썬 사건과 개인의 도덕성 발달

알림

[권준수의 마음의 窓] 버닝썬 사건과 개인의 도덕성 발달

입력
2019.03.25 21:00
22면
0 0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버닝썬ㆍ김학의ㆍ장자연 사건 등으로 사회가 연일 들끓고 있다. 이 사건들은 권력유착, 마약투약, 성폭행, 성매매, 소셜미디어 상의 은밀한 대화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버닝썬 사건은 일반인 폭행 사건에서 시작해 한 연예인의 동영상 불법 촬영ㆍ유포 사건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해당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와 친분 있는 연예인들의 소셜미디어 대화 내용 가운데 여성을 상품화하고 비하하는 듯한 부분에 분노했다. 관련 연예인들은 줄줄이 반성한다며 은퇴하거나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에 많은 문제가 엮여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개인의 윤리나 도덕성 문제에서 시작한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도덕성’이라는 잣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물음으로 들어가서 과연 개인의 ‘도덕성’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도덕이라는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끄는 사회 문화 종교 혹은 개인적인 가치로부터 오는 행동규칙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도덕적 기준은 다르다. 같은 행위를 두고 어떤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비도덕적 행동으로 여기고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일까? 이러한 개인의 도덕 형성 과정을 정신과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지그문트 프로이트 따르면 어린이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 즉 부모의 가치를 받아 들이면서 ‘도덕’ 개념을 형성한다. 즉 도덕 발달에 있어 외부 환경의 힘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부모의 가치가 자녀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도덕성이 부족한 부모, 도덕적 가치 기준이 불명확한 부모 아래에서 성장하면 자녀는 도덕적 가치 기준을 올바르게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 인지발달이론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도덕’을 개인적인 구조, 구성, 그리고 사회ㆍ인지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어린이의 도덕성은 어떻게 나타나고, 행복, 정의, 옮음 등의 중요한 도덕적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피아제의 도덕성 발달이론에 따르면, 성장 단계는 전(前)도덕적단계(5세까지), 타율적 도덕성 단계(5~10세), 자율적 도덕성 단계(10세 이상)로 나누어진다. ‘전도덕적 단계’의 영ㆍ유아들은 인지발달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규칙이나 규율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타율적 도덕성 단계’의 유아동 기는 규칙과 규율을 어렴풋이 인지하지만, 이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융통성도 없고 아직은 미성숙한 도덕개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 ‘자율성 도덕적 단계’에 이르면, 주위환경으로부터 자율적으로 배우고 느끼면서 자신만의 도덕성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도덕적 내면화’한다고 설명한다. 즉,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깊이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도덕적 내면화 과정을 통해 충동적이거나 도덕관념에서 벗어난 일을 스스로 제어하고 조절할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프로이트와 피아제 이론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한 개인의 도덕성 형성에는 성장환경에서 부모의 가치관과 환경의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대형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에서는 적어도 회사 내에 역할 모델을 할 사람과 도덕성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단순히 노래나 춤만 잘 추는 기능인이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높은 도덕성을 보여준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도덕성의 기준이자 선한 영향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덕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단순히 이번에 밝혀진 일련의 사건만 파헤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다.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잘못된 도덕관과 가치관은 마땅히 비판하고 이를 자정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