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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강경ㆍ유화 엇갈린 메시지… 대화 재개 전망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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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강경ㆍ유화 엇갈린 메시지… 대화 재개 전망 안갯속

입력
2019.03.25 04:40
수정
2019.03.25 06: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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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가 제재에 北,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로 맞불

北 “정상 신뢰”에 트럼프, 제재 철회 지시로 화답

“북미 정상, 협상판 깨지 않을 것” 전망 우세

“美 이중 태도, 김정은 불신 강화할 것”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리마 앨런카운티 공항에 도착, 전용기를 나서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리마 앨런카운티 공항에 도착, 전용기를 나서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달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북미가 발신하는 신호들이 어지럽다. 상대방을 다그쳐 기를 꺾으려는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강경 메시지와 달래겠다는 의도의 유화 손짓이 뒤섞이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신뢰가 깨지지 않은 만큼 대화 재개는 시간 문제라는 낙관과 족쇄 같은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미측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신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합의문 없이 끝난 하노이 담판 이후 3주간 액면상으로 북미는 모두 강경 자세였다. 주로 공세를 취한 편은 미국이다. 북한이 고집을 부리는 탓에 합의가 불발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회견에서 선제 공격을 가한 뒤 미국은 강공 일변도였다. ‘빅딜’(일괄 타결) 외 다른 길은 없다는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식(式) 압박에 미 행정부 내 온건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가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행동도 가시화했다.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 버솔프를 3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항에 옮긴 뒤 19일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노골적으로 밝히더니 이틀 뒤에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며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불법 환적 의심 선박 수도 대폭 늘렸다.

회담 뒤 2주간 사실상 침묵하던 북한이 강경 대응에 들어간 것은 15일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날 평양에서 외신 및 외국 대사관 대상 회견을 열어 대미 협상 및 핵ㆍ미사일 시험 유예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추가 제재 등으로 압박을 강화하자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을 철수시켰다. “미국 눈치를 보느라 남측이 남북 협력을 주저한 데 대한 항의에 북미 협상도 똑같이 그만둘 수 있다는 대미 경고의 성격이 보태졌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그러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양측의 신중한 태도가 극단적 충돌을 막고 있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북한의 경우 회담에 배석한 참모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정상끼리의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최 부상)며 정상간 신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조심스럽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 유예와 함께 ‘쌍중단’의 양대 축인 3대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폐지를 회담 직후 공식화한 데 이어 제재가 필요 없다는 하노이 회견 당시 언급을 22일 추가 제재 방침 철회 지시로 실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몸소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현하기도 했다.

북미에 공통적인 이중 메시지 발신은 협상력 강화와 협상 동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내부 불만ㆍ비판 무마도 해야 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슷한 처지가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경제 건설 및 외교 성과라는 각자 이익이 절실한 두 정상이 도발과 방치로 협상 판을 망가뜨리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가 국내 정치적 난국 타개에 집중할 시간을 벌려는 심산일 공산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케미스트리(조화)가 깨지면 파국이라는 걸 아는 김 위원장 역시 당분간 이에 호응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 노출된 트럼프 대통령과 미 백악관ㆍ행정부 간 이견을 북한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두 정상이 절박한 국내 사정을 의식해 케미스트리를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만 구조적 토대는 불안정하다”며 “내핍(耐乏)하며 제재를 견디기로 결심한 북한이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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