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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갑툭튀 트윗’에… 발칵 뒤집힌 백악관ㆍ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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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갑툭튀 트윗’에… 발칵 뒤집힌 백악관ㆍ재무부

입력
2019.03.25 00: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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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추가 제재 철회’ 트윗 막전막후] 

 ‘불법 환적’ 공개한 재무부 “진위 파악은 백악관에 물어보라” 

 백악관선 “무엇인지 몰라”…트윗 의중 놓고 곳곳서 우왕좌왕 

 미국 정부 “신규 제재 철회 의미” 상당 시간 후에 혼란 수습 

느닷없이 대북 추가 제재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게시물.
느닷없이 대북 추가 제재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게시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트윗을 느닷없이 띄우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앞뒤가 맞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으로 참모진들도 진의를 파악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시리아 철군, 성전환자 군복무 등 참모들과 상의를 거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트윗에 따른 난맥상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짧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액면 그대로 보면 재무부가 22일 발표한 대규모 대북 추가 제재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무부의 대북 제재 발표는 전날 이뤄졌고 대규모 제재도 아니었다. 재무부는 북한과의 거래 의혹이 있는 선박 95척에 대한 주의보를 새로 발령하긴 했으나 이 선박들은 제재 대상은 아니며, 정식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은 중국 해운사 2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둘째치고 철회를 지시했다는 제재가 무엇인지를 놓고 혼선이 가중됐다. 재무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급이 무엇을 뜻하냐는 언론 질문에 한동안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국방부도 모든 언론 질의에 "백악관에 물어보라"만 했다. 여러 백악관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워하며 “대통령이 무엇을 지칭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쏟아지는 질의에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 그는 이런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성명만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후 거의 3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한 당국자는 "우리는 허를 찔린 상태며 사람들은 여전히 대체 뭔 일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트위터와 뉴스를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기자들에게 이슬람국가(IS)의 패퇴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한다는 깜짝 트위터 메시지도 내놓아 참모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기자들에게 이슬람국가(IS)의 패퇴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한다는 깜짝 트위터 메시지도 내놓아 참모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AP 연합뉴스

이런 혼란은 오후 늦게 서야 정부 소식통을 통해 “전날 발표된 제재가 아니라 곧 발표될 예정인 재무부의 대규모 신규 제재를 철회한 것”이란 입장으로 정리됐다. 이미 발표한 제재를 번복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수습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재무부 발표와 정부 내부에서 논의 중에 있는 추가 제재를 혼동했거나, 전날 95척의 의심 선박에 대한 주의보 발령을 대규모 제재로 오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 제재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경위가 어찌됐든 추가 제재는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추가 제재를 밀어붙이는 참모들의 강경 기류에 제동을 걸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어서 최근 반발 수위를 높여온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 검토를 밝힌 지 8일만에 나온 대북 메시지다. 특히 샌더스 대변인이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이 변함 없음을 재차 강조해 북미간 긴장 상황을 관리하면서 톱다운 해법을 복원하려는 의도도 뚜렷이 드러냈다. 대북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낸 것이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 요구에 응답한 것은 아니며, 비핵화 빅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비핵화 빅딜에 응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달래기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재차 활로를 찾겠다고 판단하면 친서 등을 통한 톱다운 외교가 재개될 수 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쓴 잔을 마신 김 위원장이 쉽사리 화답할 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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