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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권 분산, 막을 수 없다

입력
2019.03.2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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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대검찰청

버닝썬 스캔들과 김학의ㆍ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소환됐다. 버닝썬 사건에서는 경찰과 문화권력의 유착관계가, 김학의ㆍ장자연 사건에서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로 의심되는 무혐의 처분이 문제가 되면서 검경 불신이 커진 탓이다. 시중에서는 경찰이 김학의 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에 버닝썬 수사를 맡겨 교차 검증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실 수사기관에 대한 끝없는 불신이 검경을 견제할 수 있는 제3의 수사기관에 대한 동경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진작에 공수처가 도입됐다면 권력형 비리 사건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는 다소 엉뚱한 가정법도 저런 불신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행사하는 독립 수사기관이 있어 검찰의 막강한 기소 독점권을 견제했다면 과연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적어도 김학의ㆍ장자연 사건은 물론이거니와 BBK나 PD수첩 수사처럼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보느라 표적ㆍ보복수사 또는 짜맞추기 부실수사를 했다는 오명은 뒤집어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은 없는 법. 국회의 20년 논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도입은 번번이 좌절됐다. 비대한 검찰권력을 견제하는 새로운 수사기관의 설립 법안은 16대 국회부터 발의됐다.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가 나란히 공수처법 도입을 공약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듯했지만 선거에 패한 한나라당이 공수처 신설 백지화로 선회하며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교착 상태다. 여야를 넘나드는 부침 속에서도 보수 본당이 시종일관 반대한 탓이 크다.

최근 국회 논의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야당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를 들어 공수처를 반대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공수처가 들어서면 애국 우파 말살의 친위부대가 될 것”이라는 섬찟한 수사까지 동원했다. 한국당의 저런 주장이 보수세력 결집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정치공학적으로는 축소지향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당장 “한국당은 만년 야당만 하겠다는 심산인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공수처장 인선에 참여할 국회 추천 위원을 여야 1대3으로 구성하자는 요구도 하는 모양인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차기에 집권을 하더라도 여야가 역전된 공수처장 인선 구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공수처 도입의 최대 장벽은 아무래도 검찰의 반대다. 검찰 입장에서는 기소권이든 수사권이든 제 몫을 나눠야 하는 공수처 도입이 달가울 리 만무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에 수사 지휘권ㆍ종결권을 내주는 것은 몰라도 검찰의 고유 권한인 기소권은 나눌 수 없다는 게 검찰 저변의 기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력분산이 대세인 마당에 검찰이 언제까지 비대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으로 지난 대선 당시 권력구조 개편이 화두가 됐고 국회에선 다당제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의 선거법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법조 3륜 가운데서도 변호사 업계는 로스쿨 도입으로, 사법부는 경력법관 제도 등의 충원 시스템 변화로 순혈주의와 조직 이기주의를 버린 지 오래다. 특별검사의 발동요건이 대폭 완화한 상설특검 허용으로 사실상 기소권이 갈라진 현실을 감안하면 검찰의 기소권 집착은 시대착오가 될 뿐이다.

검찰 수뇌부 분위기가 다소 변화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 도입에는 찬반 의견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가 우선”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문무일 검찰총장도 최근에는 공수처 도입의 현실론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수뇌부의 기류 변화에도 불구하고, 두 세달 뒤 있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공수처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는 전향적인 발언이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공수처 설립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

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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