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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주 의결권 위임 대행사 직원 “주총 안건 철회됐으니 반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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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주 의결권 위임 대행사 직원 “주총 안건 철회됐으니 반대하라”

입력
2019.03.25 04:40
수정
2019.03.25 1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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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에게 부당 권유 정황

한솔홀딩스는 “아는 바 없다”

한솔그룹 로고. 한솔그룹 제공
한솔그룹 로고. 한솔그룹 제공

주주총회를 앞둔 대기업의 ‘주주 의결권 위임’ 용역을 맡은 업체 직원이 소액주주들에게 멀쩡한 주총 안건이 “철회됐으니 반대하라”고 권유한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대기업은 “아는바 없다. 설사 그랬다 해도 업체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최근 주주권리 강화 추세 속에 대기업의 과민한 대응이 빚은 부작용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한솔홀딩스 소액주주 연대와 이들이 공개한 관련 녹취록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 정기주총을 앞둔 한솔제지의 지주회사 한솔홀딩스는 L사에 주주 의결권 위임 권유 용역을 맡겼다. 그런데 지난 19일 주주 A씨를 찾아간 L사 직원은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2개 주총 안건을 철회했다”며 “이 부분(2개 안건)은 빼는(철회하는) 의미에서 그냥 반대 표시를 하라고 저희들이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가 “회사에서요?”라고 되묻자 해당 직원은 “네”라고 답했고, A씨는 주주제안 2건에 모두 ‘반대’ 표시를 했다. 이 대화에서 등장한 ‘회사’가 한솔홀딩스인지 대행업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해당 직원은 한솔홀딩스 대표 인감증명서와 L사가 한솔홀딩스의 의결권 위임 권유 업무를 대행하는 곳이라는 확인서도 주주에게 제시했다.

앞서 한솔홀딩스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1월 한솔홀딩스에 △1주당 250원 현금배당 △사내이사 1명 선임 △유상감자(감자비율 3%) 등 3개의 주주제안을 했다. 한솔홀딩스 이사회는 이 중 “배당가능 이익이 없다”며 현금배당 안건은 제외했지만 나머지 두 안건은 주총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런데도 L사 직원은 소액주주를 찾아가 “두 안건도 철회됐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반대’ 의사를 가져간 것이다.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현재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는 주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효력 있는 안건을 철회됐다고 속이고 회사에 유리한 의사를 수거해가는 행위는 주총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 연대는 자신들의 이름을 도용해 위임장을 가져간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주주 B씨는 지난 12일 오후 소액주주 연대에 우편으로 보내기 위해 준비해둔 위임장을 “소액주주 연대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찾아온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현재 소액주주 연대는 현장 방문이 아니라, 우편이나 이메일로만 위임장을 받고 있는데, B씨는 뒤늦게 상황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됐다. 소액주주 연대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바탕으로 한솔홀딩스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솔홀딩스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고 대행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대행업체도 그런 사실은 없다고 한다. 의결권 대행업체와의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규를 준수하도록 당부했다”며 “만일 사실이라 해도 의결권 위임활동을 한 개인의 일탈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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