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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고삐ㆍ북한 개성 철수 ‘한반도의 봄’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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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고삐ㆍ북한 개성 철수 ‘한반도의 봄’ 급랭

입력
2019.03.2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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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노이 노딜 후 첫 대북제재한 날, 北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정부 “유감, 조속 복귀를” 北, 美에 “언제든 판 깰 수 있다” 신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 개성공동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 개성공동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4ㆍ27 판문점선언에 따라 설치된 남북 소통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평행선을 달리던 북미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남북관계마저 경색될 위기에 처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15분쯤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한 뒤 곧바로 인원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북측은 간단한 서류 정도만 챙기고 장비 등은 남겨둔 채 사무소를 떠났다.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사무소를 정상 운영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조속히 복귀해서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우리 당국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철수했지만 우리 인력들은 개성에 남아 종전처럼 사무소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말에도 연락사무소 인원 9명, 지원시설 인원 16명 등 총 25명이 근무하게 된다. 다만, 군 통신선이나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 핫라인 등 다른 남북 간 연락 채널은 가동 중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북측의 철수 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의 전격 철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내린 첫 독자 대북 제재 결정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 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곳의 중국 해운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다롄 하이보는 북한 정찰총국(RGB) 산하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백설 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랴오닝 단싱은 유럽연합 국가의 북한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행위를 해 제재를 받게 됐다.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가 우려되는 것은, 최근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처음으로 구체적 조치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측이 도리어 제재를 강화할 분위기로 돌아서자 북한 측도 언제든 대화 판을 깰 수 있다는 신호를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우회로로 보낸 것이다. 앞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미 비핵화 협상의 중단 또는 유예를 경고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 역할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표시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북미 협상의 중재ㆍ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부 업무계획을 거론하며 “현실적으로 지금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 선언들의 이행을 떠들면서도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긴장을 고조시키는, 나름의 매뉴얼에 따른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북측 입장을 대변하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의아할 수 있지만, 그만큼 북측이 절실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측이 인원만 철수하고 장비 등은 남긴 건 불만을 표시하되,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끈을 남겨 놓은 것”이라며 “대북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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