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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박, 한국 경고, 중국 부담… 미국, 대북제재 ‘3중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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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박, 한국 경고, 중국 부담… 미국, 대북제재 ‘3중 포석’

입력
2019.03.22 18:23
수정
2019.03.22 23: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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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운사 2곳 제재… 北에 ‘빅딜 수용’ 옥죄기

불법환적 주의보 선박 리스트에 한국 선적 첫 포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독자제재는 북한의 뒷배를 자임해온 중국의 팔을 비틀고 대북제재의 구멍인 해상 봉쇄망을 틀어막겠다는 의미다. 독자제재 명단에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추가하고 북한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선박 리스트를 95척으로 대폭 늘린 데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엇나가는 북한을 다시 옥죄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긴 것이다. 최근 한미 공조 엇박자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례적으로 한국 선박도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북미 간 중재ㆍ촉진자를 자임해온 우리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목한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은 일찌감치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 곳이다. 다롄 하이보는 2017년 3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백설무역회사와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조직으로 주로 석탄ㆍ금속 등의 수출입에 관여해왔다. 랴오닝 단싱은 유럽에 주재하는 북한 당국자들이 김정은 정권에 조달할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 행위에 가담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도 지난 12일 “랴오닝 단싱이 김정은의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과 보드카 등 사치품 수입에 관여했다”고 지적한바 있다. 벤츠 리무진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당시 카퍼레이드에 동원돼 논란이 일었다.

당초 미 의회는 대형은행인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대한 제재를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가 해운사를 제재 대상에 올린 건 카운터펀치에 앞서 잽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핵ㆍ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공개발언으로 으름장을 놓은 북한을 향해 중국이 유의미한 역할을 다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해 북한을 충분히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정말로 열쇠를 쥘 수 있다”면서 ‘중국 역할론’을 거듭 촉구했다. 다음주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2월 북한과 정제유를 거래한 선박 28척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에는 67척이 새로 포함돼 95척으로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49척은 석탄 환적 의심을 받고 있다. 북한은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데, 석탄은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출은 전면금지된 상태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줄곧 요구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한 달도 안돼 제재 카드를 꺼낸 건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빅딜’을 온전히 수용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단계적 접근을 내세우며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내비쳤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겠다는 초강수다.

미국은 이번 압박 조치가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사상 최대 규모인 56개 기관ㆍ업체ㆍ개인에 대한 대북제재 방침을 내놓으면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넉달 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제재가 대화를 끌어낸 일등공신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도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했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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