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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현세기 10년대 난관이 공화국 역사서 가장 엄혹한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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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현세기 10년대 난관이 공화국 역사서 가장 엄혹한 시련”

입력
2019.03.21 17:14
수정
2019.03.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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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신문, 제재 고통 우회 인정… 1만1600여자 장문으로 ‘자력갱생’ 대내 독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뒤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JW매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 결렬과 관련해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뒤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JW매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 결렬과 관련해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하노이=AP 연합뉴스

지난달 말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핵심 대북 경제 제재 5개의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던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현재 곤경에 처해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2면에 실은 ‘우리의 전진은 줄기차고 억세다’ 제하 개인 명의 정론에서 “전후 잿더미도 헤치고 고난의 행군도 해보았지만 현 세기의 10년대에 우리가 겪은 난관은 사실상 공화국의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털어놨다. 아사(餓死)자 규모가 약 33만명에 달했던 1990년대 중ㆍ후반보다 최근 10년이 북한 역사상 더 힘든 기간임을 시인한 것이다. 2010년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과 더불어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시기다.

그러나 정론의 목표는 토로나 고백이 아니다. 대내 독려다. 앓는 소리 다음에 곧바로 신문은 “그 어려운 시기에 제일 크고 강력한 것을 이루어놓았으며 믿음직한 기초를 발판으로 새시대의 상승주로에 올라섰다”고 했다. 2017년 11월 완성을 선언한 핵 무력이 향후 경제 도약의 기반이 되리라는 것이다. 인민들에게 그런 신념을 주입하는 게 정론이 노리는 바다.

1만1,600여자 분량의 장문인 정론이 가장 강조하는 열쇠어는 ‘자력갱생’이다. “그 어떤 시련이 휘몰아쳐와도 끝까지 자기의 힘으로 밝은 앞길을 열어나간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며 “멀리 달려올수록 다시금 자력갱생하고 더 높이 비약할수록 더욱 더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환경이 달라지고 열매가 번쩍인다고 하여 자력의 본태와 간고분투를 잊으면 그 순간부터 상승의 한계가 그어지고 보이지 않는 퇴보가 시작된다. 자신을 끊임없이 강하게 하고 더 슬기롭게 하며 무한한 발전잠재력을 갖추자면 언제나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거듭 단속하기도 했다.

당장 제재 완화를 기대하지 못하게 만든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신문은 주장한다. “나무는 바로 서서 높이 자라려 하지만 폭풍과 강설이 그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며 “자욱한 안개 속에서 방향을 찾아야 하고 숨은 위기와 낭떠러지도 피해가야 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시종일관 곧바로 전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각한 덕목이 ‘자존’이다. 신문은 “금은보화를 주고도 살수 없는 것,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버릴 수 없는 것이 민족 자존”이라며 “자존은 어렵고 힘겨운 것이지만 국력을 장성 강화시키는 보약과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의존은 “쉽고 일시적인 향락도 누릴 수 있지만 인민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국력을 쇠퇴 몰락시키는 사약”에 빗댔다. “위대한 주체사상의 모국인 조선(북한)은 민족 자존의 혁명철학, 국가철학을 실천적 승리로써 끊임없이 증명해온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자력갱생형의 첫 강국”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인민들의 자신감을 북돋우며 그걸 발휘하게 할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칭송하는 일도 신문은 잊지 않았다. “인민이라는 두 글자에 축적되어 있는 에네르기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힘이지만 자기의 사상과 정신, 모든 잠재력을 최상의 높이에서 완전무결하게 발휘한 예는 없을 것”이라며 “진정으로 인민 모두의 심장을 울리고 인민 전체의 힘을 하나와 같이 폭발시킨 국가나 지도자는 없었다”고 했다. 제재 탓에 사상 최대 난관을 지나가고 있지만 김 위원장 영도 아래 뭉쳐 자력갱생하며 버티다 보면 위기도 극복되리라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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