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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정의로운 광주’ 만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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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정의로운 광주’ 만든다더니…

입력
2019.03.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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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의혹 환경공단 이사장 임명

“도덕적 감수성 없다” 비판 봇물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2일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에서 김강렬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2일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에서 김강렬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후보자를 잘 봐달라는 업자들의 부탁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이거 정말 큰 문제구나 싶었죠.”

지난 14일 김강렬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청문위원이었던 한 광주시의원은 이런 넋두리를 했다. 그는 “그 양반(김 후보자)이 (임명)되면 임기 3년간 재미있게 해먹을라고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환경공단 특성상 환경관리 시설 보수공사 및 약품 구매가 수시로 이뤄지는데, 이를 둘러싸고 업자와 김 후보자가 사전에 결탁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환경단체 대표로 활동할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정관을 어기고 급여 등으로 1억여원을 받아 챙겨 횡령 의혹과 함께 도덕성 흠결이 불거진 것도 이런 의심을 키웠다. 그는 “이런 후보자가 임명되면 안 되는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1주일 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21일 광주시의회의 부적절 의견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무시하고 김 후보자를 이사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내고 자신의 결정을 강변했다. 이 시장은 “시민단체와 언론 등 지역 여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시의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도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사유가 될 만한 중요한 지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아쉬운 부분이고,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30여 년간 환경운동가로서 최선을 다해온 점 등을 고려해 광주발전에 헌신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시장의 결정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거의 폭발 직전이다. 당장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김 후보자를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자칫 김 이사장이 임명 직후 수사를 받게 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참여자치21은 앞서 20일 성명을 내고 “김 후보자는 시민의 상식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 시장에게 인사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요구한 터였다. 참여자치21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횡령 의혹 등 도덕적 흠결이 드러난 후보도 공공기관장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며 “이게 이 시장이 입버릇처럼 외치던 ‘정의로운 광주 만들기’이고, 혁신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시장은 민선 7기 시정 캐치프레이즈로 ‘풍요롭고, 정의로운 광주’를 내걸고, 인사 등 시정에 대한 혁신을 강조해왔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이 시장이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의회까지 경시했다”고 발끈하고 나서 향후 이 시장과의 관계 악화를 예고했다. 한 시의원은 “횡령 의혹 등 도덕 불감증에 빠진 후보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한 이 시장의 도덕적 감수성은 제로(0)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시의원도 “채용공고에서부터 후보자로 추천되기까지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선정된 후보였다는 이 시장의 말에 가슴이 턱 막힌다”며 “김 후보자는 공모 과정에서 스스로 사전내정설을 흘렸고, 서류 면접에서 꼴등을 하고도 면접에서 1등을 한 인사였다는 걸 이 시장은 모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 시장이 입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 뒤로는 퇴행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광주환경공단 내부에서조차 이 시장의 결정에 대해 혀를 차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직원은 “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해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을 이 시장은 ‘부적격 의미가 아니다’고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다”며 “이 시장의 이런 현실인식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시장의 인물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들린다. 시 산하 기관의 한 직원은 “이번 김 이사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시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사권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내부에서도 이 시장의 결정을 두고 배짱인지 오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뒷말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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