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톤 물로 규모5 지진 촉발 불가… 한반도 지각ㆍ단층에 응력 누적돼 자연지진 발생”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포항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경주 지진 여파에 따른 ‘나비 효과’라는 주장이다.

땅속을 흔들어 규모 5가 넘는 지진까지 촉발하기에는 주입된 물의 양이 많지 않고, 당시 이미 한반도 동남권 지하에 지진이 일어날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물 주입과 경주 지진의 영향이 각각 어느 정도냐에 따라 포항 지진 피해의 책임 소재와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일 “동일본대지진이나 경주지진이 없었다면 포항 지역의 규모 3.1 지진이 5.4의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물 주입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준비 중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열정(지하에 설치한 파이프)에 물을 5차례에 걸쳐 주입한 기간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 사이다. 3회째 물을 주입한 직후인 2017년 4월 15일 포항에선 규모 3.1의 지진이 관측됐다. 지열정 주변의 압력이 크게 상승하면서 크고 작은 지진들을 유발한 결과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대다수 과학자들이 동의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연구단은 규모 3.1을 비롯한 크고 작은 지진들이 공교롭게도 한 단층면에서 발생하면서 영향력이 축적돼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본진을 촉발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학계에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 한반도 지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고, 경주와 포항지진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를 담은 연구논문이 여럿 보고돼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한반도의 지각이나 단층에 응력(외부 압력에 버티는 힘)이 누적돼 포항지진 당시 이미 자연적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연구단에 따르면 발전소는 지열정 2개에 5회에 걸쳐 총 1만2,000톤(㎥)의 물을 주입했다. 상업운전을 하는 지열발전소는 주입하는 물의 양이 보통 10만톤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진 전문가는 “1만톤 규모의 유량만으로는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물 주입만으로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했다고 결론 내리려면 메커니즘을 좀 더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구단은 경주나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연구단에 참여한 윌리엄 엘스워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포항과 경주는 지진이 서로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며 “관계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연구단은 조사결과를 담은 요약보고서를 대한지질학회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종합보고서와 학술지 논문도 차례로 내놓을 예정인데 향후 학계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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