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995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대량학살 등 '인종 청소'를 자행한 혐의를 받는 세르비아계 정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가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 항소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죄의 심각성과 피고의 책임에 비췄을 때 1심에서 받은 징역 40년 형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하면서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늘렸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는 20일(현지시간) 카라지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그가 1995년 보스니아 동부 스레브레니차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른 혐의 등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내전 당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최고 지도자였던 카라지치는 유고 연방이 유지되길 원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지원으로 내전을 일으켰다. 그의 주도 아래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주민 등을 상대로 이른바 ‘인종 청소’라는 학살이 자행되면서 약 25만 명이 사망하고 3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특히 1995년 7월 당시 유엔이 ‘안전 지역’으로 선포한 피난민 주거지인 스레브레니차를 침공, 약 7,500명의 이슬람교도가 학살됐으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자행된 최악의 학살 사건이었다.
그는 내전 이후 13년간의 도피 끝에 지난 2008년 체포된 뒤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권침해 범죄 등 11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9월 검찰 측으로부터 종신형을 구형 받았다. 그는 2016년 3월 열린 ICTY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 막바지인 1995년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40개월 이상 포격을 가해 민간인 약 1만 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992년부터 3년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은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유고 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선언하자 보스니아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던 세르비아계가 반발하며 벌어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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