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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라 vs 안된다…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 예보료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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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라 vs 안된다…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 예보료 신경전

입력
2019.03.22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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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예금보험기금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예금보험기금_신동준 기자

유사시 예금자에게 돌려 줄 비상금을 모아두자는 취지로 주요 금융사들이 내고 있는 예금보험료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보험권, 저축은행업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보다 훨씬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 받는 보험과 저축은행권에선 현행 예보료 체계에 불만이 많다. 요즘엔 업계 대표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행 체계를 지키자는 ‘수비수’ 입장인 은행권과 금융당국, 예금보험공사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원죄’ 벗고 싶은 저축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은 금융사가 파산해도 원리금 5,000만원은 보장하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각 금융사가 의무 가입하는 보험이다. 금융사의 예보료로 구성된 예금보험기금은 은행ㆍ금융투자ㆍ생명보험ㆍ손해보험ㆍ종합금융ㆍ저축은행 등 6개 계정으로 칸을 나누어 운영되지만 유사시엔 다른 업권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엔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 만들어져 다른 업권의 예보료가 대거 투입됐다. 당시 적립된 저축은행 계정의 기금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업권의 예보료 45%를 매년 쏟아 붓고 있는 특별계정은 2026년까지 운영되지만 여전히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만기에도 적자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사태라는 ‘원죄’ 때문에 그간 군말 없이 남보다 높은 예보료율(0.4%)을 감내해 왔던 저축은행들은 최근 들어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연초 취임과 함께 “규제 완화 1번은 예보료”라고 선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저축은행은 모두 도산했고, 현재는 업계 전반의 건전성도 강화됐는데 예보료 측면에선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보 제도와 작별하고 싶은 보험권 

최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예보료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 보험업계는 그러나 저축은행업계와 예보료에 있어 동급으로 취급되는 게 마뜩찮다.

보험사들은 통상의 예금과는 다른 보험상품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예보료율이 실질적인 위험도에 비해 과중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보험은 사고 발생시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해지시에는 보험료를 전액 환급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업에서 우려되는 ‘뱅크런’같은 현상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아예 보험 고객을 위한 보호제도는 예금보험 제도와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험료가 높다는 불만에는 그간 저축은행 살리기에 들어간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보험업계에 대한 예보기금 지원은 2013년 그린손해보험에 지원한 226억원이 전부”라며 “사실상 다른 금융업권(저축은행)의 부실 비용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촉각 곤두세우는 은행 

자산규모가 큰 탓에 예보료율은 낮아도 가장 많은 예보료를 내고 있는 은행권은 최근 보험ㆍ저축은행권의 예보료 불만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행여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예보료 인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결국 은행이 예보료를 더 납부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업권이 덜 내려 한다면 은행에 부담이 가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예금보험공사는 일단 업계의 요청을 살펴보겠다면서도 이를 무작정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보험사들이 ‘우리는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언제 부실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충분한 기금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업권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금융 부실 사태는 늘 특정 업권을 넘어 확산할 우려가 있다. 이를 금융권 내에서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공동 대비하자는 게 예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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