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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미성년 BJ 금지” 모처럼 하나된 중국

입력
2019.03.24 16:00
수정
2019.03.24 16:3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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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어린이가 휴대폰으로 인터넷 방송을 검색하고 있다. 바이두캡쳐
중국의 한 어린이가 휴대폰으로 인터넷 방송을 검색하고 있다. 바이두캡쳐

“노출 규제로는 부족하다. 아예 마이크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중국 전국청년연합이 이달 초 양회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미성년자의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회가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만큼 사회 각 부문의 요구를 반영한 온갖 제안이 쏟아졌지만 유독 이 건의에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당사자인 청소년과 부모, 인터넷 업계 모두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탓이다.

언뜻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을 법도 하건만, 오히려 여론은 찬성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 초 여성 BJ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못하도록 규제 수위를 높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라나는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인터넷 방송업계는 급속히 몸집을 불리며 청소년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중국 인터넷 발전상황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생방송 가입자는 4억2,5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94만명이 늘었다. 이용률은 53%에 달했다. 또 공청단 중앙연합 인터넷오락정보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6.4%, 중학생의 18.3%, 고등학생의 20.5%가 인터넷 생방송을 자주 보는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출 빈도가 더 높았다.

더 우려되는 건 저속한 방송 내용이다. 전국청련은 “미성년자들은 분별력이 떨어지는데도 생방송을 보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해 저질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BJ로 데뷔할 수 있다 보니 딱히 막을 방법도 없다. 심지어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하며 아기 인형을 갖고 나와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미성년자 BJ들이 시선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발언을 내놓다 보니 방송 도중 이름, 학교, 집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크다. 사생활 유출은 물론 잠재적인 범죄를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몰래 부모의 신용카드나 인터넷 계정으로 마음에 드는 BJ에게 터무니없는 고가의 선물을 보내는 건 이제 낯설지도 않은 풍경이 됐다.

이에 미성년자 BJ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성인이더라도 BJ의 등록조건 자체를 엄격히 하고 자질심사와 관리감독을 통해 온라인 공간을 청소년의 청정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직 관련 조례나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건 아니지만, 모처럼 중국인들이 큰 반발 없이 한 목소리를 내며 지지하는 이슈다. 양회 잔치는 끝났다. 환호와 성원에 힘입어 중국 미래의 주역을 위해 이제 어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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