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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컨테이너 생활 이재민 “정부 보상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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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컨테이너 생활 이재민 “정부 보상 길 열려”

입력
2019.03.20 18:10
수정
2019.03.20 1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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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포항 주민들 “발전소 폐쇄하고 원상복구해야”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으로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 발표에 대다수 포항시민은 “즉시 폐쇄하고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종수(48ㆍ북구 흥해읍)씨는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계속 나왔는데도 정부는 가동만 멈추고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며 “지열발전을 당장 폐쇄하고 더 이상 지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인터넷 맘카페인 ‘포항맘 놀이터’ 등에는 “지열발전소를 가동 중단하면 지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냐?”, “이번 일을 계기로 포항에 더 이상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사람들이 처벌됐음 좋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포항지진으로 집이 모두 부서져 2년째 컨테이너 등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은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 때문이라는 발표에 분노하면서도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길이 열렸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포항지진 후 철거 대상이 된 공동주택은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를 비롯해 7곳, 총 572가구다. 대동빌라는 지난해 8월 부서진 아파트를 철거했지만 수천 만원에서 1억 원이 넘는 개인 분담금에 이후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포항지진으로 1년 이상 파손된 그대로 남아 있는 포항 북구 장량동 한 주택.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지진으로 1년 이상 파손된 그대로 남아 있는 포항 북구 장량동 한 주택.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대명 포항 대동빌라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정부조사단도 같은 내용으로 발표하니 정부에 지원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포항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위 김홍제 공동대표도 “학술적 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진실이 밝혀져 환영한다”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을 추진한 주관기관 ㈜넥스지오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라도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포항처럼 지열발전 건설 도중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한 스위스 바젤시는 지진 발생 15분만에 경찰이 시행사를 압수수색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 스위스 바젤시 지열발전 현장의 모습. 포항처럼 건설 도중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전면 중단됐고, 당시 경찰은 15분만에 시행사를 압수수색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06년 스위스 바젤시 지열발전 현장의 모습. 포항처럼 건설 도중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전면 중단됐고, 당시 경찰은 15분만에 시행사를 압수수색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은 “정부 조사와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지진 유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고 정부는 인재로 판명된 만큼 배상과 복구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남구울릉군지역위원장도 논평을 통해 “이번 조사와 별도로 지열발전 실증사업에 관여한 기관의 법적 책임도 규명해야 한다”며 “2017년 4월 15일 물주입 이후에 진도 3.1의 지진 발생이 보고됐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추가적인 물주입이 이뤄진 과정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항시가 구성한 11ㆍ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의 법률분과장을 맡고 있는 공봉학 변호사도 “지열발전소와 관련 공무원이 행정처리 과정에서 적절하게 업무를 했는지 형사법적으로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2017년 11월15일 일어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또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총 2만7,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총 피해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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