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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 르포] 사후 49년 만에 아름다운 청년을 직접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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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 르포] 사후 49년 만에 아름다운 청년을 직접 만나다

입력
2019.03.20 17:45
수정
2019.03.20 22:5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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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이 20일 서울 청계천 수표교 근처에 문을 열었다. 3층 전시장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쓴 전태일 열사의 생전 자필이 옮겨져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이 20일 서울 청계천 수표교 근처에 문을 열었다. 3층 전시장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쓴 전태일 열사의 생전 자필이 옮겨져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고 갑니다.”

20일 처음 공개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의 첫 번째 방명록에 적힌 문구다.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1970년 22세의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서울 평화시장 청계천 수표교 근처다.

다음 달 정식 개관을 앞두고 시민들에게 먼저 공개된 이날의 첫 번째 관람객은 충청남도 안전체험관 직원들이었다. 남현경(46)씨는 “근처로 출장을 왔다가 건물 외벽 디자인이 특이해서 두 세 줄 읽어본 후 들어오게 됐다”며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행 김영일(46)씨는 “군부독재 어려운 시대에 한 사람이 노동인권 향상을 위해 상당히 큰 일을 해냈다”며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인 만큼 외국인도 알 수 있게 외국어 설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지와 비용 문제로 그의 사후 49년 만에 완성된 이 기념관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해 노동의 권리와 가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6층 규모의 이 기념관은 외관부터 눈길을 끌었다. 1969년 당시 노동청 근로감독관에게 열악한 여공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전 열사가 쓴 편지 내용이 자필 그대로 외벽 정면에 부착됐다. 지나는 시민 누구나 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3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전태일의 꿈, 그리고'를 주제로, 그의 유품이 상시 전시된다. 1965년 17세 나이로 평화시장의 미싱 시다(보조)로 발을 들이면서 그가 마주한 끔찍한 노동 현실을 통해 당시 노동계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평화시장의 봉제작업장을 그대로 옮긴 다락방도 인상적이다. 천장까지 높이가 1.5m에도 못 미치면서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렸던 여공들의 열악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전 열사의 이루지 못한 꿈을 구현한 기획 전시 ‘모범업체: 태일피복’도 마련됐다. 늘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 편에 섰던 그는 1969년 6월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운동 조직 ‘바보회’를 만들었다가 해고 당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모범업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이어갔다. 실제 사업목적부터 운영방법, 홍보계획, 직원 인건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25매의 사업계획서를 남겼다. 기념관은 이 계획서를 토대로 한 봉제작업장으로 전시장 한 켠을 꾸몄다. 3m 높이의 천고와 환풍기, 음악감상실과 도서실, 탁구대를 갖춘 작업장이다. 기념관은 연중 3~4회의 기획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개장 첫 날인데다,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었다. 점심시간을 틈타 기념관을 찾은 직장인 김순자(58)씨는 “그 시대를 가까이서 겪은 사람으로서 점심 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 와봤다"며 "대학생 딸에게도 와서 꼭 보라고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한 시민이 20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한 시민이 20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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