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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앞 쓰레기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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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앞 쓰레기 악취

입력
2019.03.21 04:40
수정
2019.03.25 16:5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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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초입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악취까지 풍기기 시작했다. 고영권 기자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초입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악취까지 풍기기 시작했다. 고영권 기자

“어휴, 이게 무슨 냄새야?”

수도권 낮 최고 기온이 17도까지 오른 지난 19일,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연신 코를 움켜쥐었다. 켜켜이 쌓인 쓰레기 틈에서 역한 악취가 올라온 탓이었다.

이날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북한산 둘레길 초입의 풍경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었다. 쓰레기들을 꾹꾹 눌러 담은 대형 포대자루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먹다 남은 음식물이 담긴 비닐 봉지에선 썩은 내가 진동했다.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가구부터 뒤창이 떨어져 나간 등산화까지 쓰레기의 종류도 가지가지. 한 주민은 “1년 동안 버리기만 하지 누구 하나 치우는 사람이 없어 이 지경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봄나들이 시즌을 앞두고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북한산 둘레길 초입에 쓰레기 더미가 방치되어 있어 논란이다. 우이신설경전철의 가오리 역쪽에 있는 이 길은 우이초등학교 쪽을 통해 15분 정도 걸어가면 북한산 둘레길 3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약 500m 정도 되는 길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둘레길을 찾는 등산객들이 넘쳐나는 북한산의 주요 출입구 중 하나다.

[저작권 한국일보]북한산 둘레길 3구간 .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북한산 둘레길 3구간 . 김문중 기자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건 이 길이 사유지여서다. 이 일대 7만3,000여㎡의 땅은 대우건설 땅이다. 관할 지자체인 강북구청은 사유지란 이유로 나서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에 대한 주민 원성이 자자해지자 마지 못해 지난해 3월 대대적으로 청소했을 뿐이다.

대우건설은 대우건설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이 지역이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건축물 고도제한에 걸리자 개발을 중단, 10여년 동안 빈 공터로 방치해 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9년 전 북한산 둘레길을 조성할 당시 지자체가 이 부지 내로 등산객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기에 좋은 의도로 허락했다”며 “그런 의도로 사유지 내 통행을 허가했는데 그 안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치우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초입에 폐기물 스티커도 붙이지 않은 의자 등의 함부로 버려져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초입에 폐기물 스티커도 붙이지 않은 의자 등의 함부로 버려져 있다. 고영권 기자

결국 불편함은 오가는 시민들의 몫이다. 주민 이충형(40)씨는 최근 구청 쪽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한두 사람에서 버리기 시작해 너도나도 거리낌 없이 버리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건식(54)씨도 “공터로 오래 방치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며 “생태 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북구청은 부랴부랴 “조만간 대우건설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단지 쓰레기를 치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도시재생위원회의 이상훈 시의원은 “방치된 부지를 매입해 시민 편의 시설로 정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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