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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33> 식민지 국경선이 불씨가 된 페루-에콰도르 콘도르 분쟁

입력
2019.03.22 17:00
수정
2019.03.22 18: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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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유역 차지 놓고 콘도르 산맥 접경지에서 잦은 충돌

1998년 ‘브라질리아 합의’로 평화공원 조성… 170년 갈등 종지부

페루와 에콰도르 접경지인 콘도르 산맥 지역에 조성된 콘도르접경평화공원 지도. 우드로윌슨 센터 제공
페루와 에콰도르 접경지인 콘도르 산맥 지역에 조성된 콘도르접경평화공원 지도. 우드로윌슨 센터 제공

영토 분쟁은 때때로 사소한 일이 도화선이 되어 발생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해당 국가 간 역사문제와 안보, 정치 등 모든 차원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남미 페루와 에콰도르 간 분쟁은 용케 접점을 찾아낸 경우다. 170년 간의 긴 시간이 걸렸으나, 안데스 산맥의 줄기 중 하나인 콘도르 산맥을 둔 다툼을 1998년 평화적으로 해결, 분쟁 해결의 모범 사례로 역사에 기록됐다.

두 나라의 갈등은 1821년과 1830년 페루와 에콰도르가 각각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때 획정된 국경선에서 시작됐다. 남미 신생 독립국들은 국제법상 원칙인 ‘현상 승인의 원칙’에 근거해 스페인이 식민 통치를 위해 설정한 행정단위를 따라 국경을 설정했다.

이렇게 짜인 경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쪽은 에콰도르였다. 안데스 산맥 주변국 중 가장 작은 영토를 가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연 자원을 품은 아마존 강 유역을 영토에 포함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는 식민지 시절인 16세기 중반 스페인이 선포한 ‘키토(현 에콰도르 수도) 왕령 아우디엔시아’의 영토를 계승한다는 이유로 아마존 강 유역과 페루 북부 안데스 산맥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키토 왕령 아우디엔시아는 태평양 지역에서 아마존 강 유역까지 이르는 129만㎢의 방대한 영토를 거느렸다. 물론 페루도 아마존 강 유역을 빼앗길 수 없었기에 에콰도르의 주장에 맞섰다.

20세기 초까지 콘도르 산맥 접경지에서 잦은 국지전을 벌이던 두 나라는 ‘1941년 전쟁’으로 크게 맞붙는다. 전력이 우세했던 페루 군이 에콰도르 군을 압도했다. 결국 에콰도르는 휴전을 요청했고, 1942년 1월 ‘리우 협약’을 통해 휴전에 합의했다. 이 협약에는 미국,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변 강국들이 보장 국가로 참여했다. 협약에 따라 에콰도르는 아마존 강에 대한 접근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로 양국의 평화는 미뤄졌다. 리우 협약에 따라 새 국경선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미 육군의 항공 측량 결과와 해당 지역에 대한 기존 정보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도르 산맥을 가로지르는 78㎞ 구간이 문제였다. 험준한 산맥 지형이 정확한 국경선 측정을 가로막은 것이다. 결국 국경 설정은 중단됐고 1960년 이바라 에콰도르 대통령은 지리적 모순과 협상 과정에서의 억압을 이유로 리우 협약 무효를 선언했다. 이에 양국은 다시 분쟁 모드로 돌아가 30여년 간 콘도르 산맥 접경지에서 충돌했다.

결국 1995년 ‘세네파 전쟁’에서 수백 명 사상자가 나오고 나서야 두 나라는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합의에 돌입했다. 1998년 10월 마우아드 전 에콰도르 대통령과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은 ‘브라질리아 합의’를 통해 분쟁 종식을 최종 선언했다. 분쟁지대였던 콘도르 산맥 접경지를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1만6,425㎢ 규모의 접경 평화공원을 조성해 공동으로 관리할 것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에콰도르의 아마존 강 접근 허용 △교역ㆍ항해용 공용 시설 건립 등의 조항도 만들었다. 리우 협약의 보장국이었던 4국도 제3자 자격으로 참여해 페루와 에콰도르의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도왔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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