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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 “문학은 난민 동등하게 대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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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 “문학은 난민 동등하게 대우해야죠”

입력
2019.03.20 18:00
수정
2019.03.20 19: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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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지난해 9월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1년 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 통보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예멘인 난민신청자들이 지난해 9월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1년 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 통보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예멘 청년 이브라힘 씨는 한국에 처음 왔다/제주 바닷가 야영장 텐트 안에 누워서/파도소리보다 바람소리에 귀 기울인다/예멘 고원 마을엔 바다가 너무 멀리 있어/아예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바람에 수수가 서걱대는 소리를 냈었다”(시 ‘야영4’ 부분)

지난해 한국 사회는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명의 예멘 난민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앓았다. ‘돈 벌러 온 가짜 난민’이라는 비판과 ‘이슬람은 테러리스트’라는 근거 없는 공포가 넘실댔다. 44년 시력의 시인에게만큼은, 예멘 난민은 ‘우리의 모습과 하나 다를 것 없는 이웃’이었다. 최근 시집 ‘제주 예멘’을 펴낸 하종오(65)시인은 2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도 일제 강점기 중국 용정에서 태어난 재외동포였다”며 “국가야 법으로 진짜 난민인지 아닌지 가려낸다지만, 적어도 문학만은 그들을 동등한 인간이자 이웃으로 대우해야 한다”며 시를 쓴 계기를 밝혔다.

이방인들에 대한 시인의 주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75년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같은 민중시와 통일시를 주로 썼다. 1991년 이주 노동자의 삶을 접한 것을 계기로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 등 이주 노동자부터 결혼 이민자까지 한국 사회에 유입된 다양한 이주민들에 대한 시를 본격적으로 썼다. 때문에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시인의 관심은 자연스러웠다. “난민 수용 반대집회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인간의 문제지, 이념이나 종교의 문제가 아닌데, 살아보자고 피신해 온 사람들을 어떻게 반대할 수가 있나, 이해가 안됐죠.”

새 시집 '제주 예멘'(도서출판b) 낸 하종오 시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 시집 '제주 예멘'(도서출판b) 낸 하종오 시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멘 난민을 ‘동등한 인간’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단서는 가능한 생생하게 사연을 들려주는 데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에 대해 가르치던 초등학교 교사 모하메드, 직업은 기자였고 취미는 시 쓰기인 자카리나, 무슬림이지만 돼지고기를 식재료로 쓰는 식당에 취업해야 했던 아난, 고국에선 도저히 아기를 낳아 키우고 싶지 않았던 바사르 부부 등,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던 제주 예멘 난민들의 삶과 사연이 담겼다. 57편의 시는 모두 지난해 8월 한달 간 쓰인 것이다. 언론에 소개된 난민들의 사연에 시인이 상상력을 보태 창조했다.

하 시인은 예멘 난민을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하나의 민족이 되면 좋겠다고 상상하며 시집을 끝맺는다. “예멘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예멘계 한국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아라비안나이트를 재창작하여/옛이야기로 들려주면 좋겠다”(‘한국판 아라비안 나이트’ 부분)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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