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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래도 대북제재 완화 카드 활용해야

입력
2019.03.2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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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더 강력한 제재만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수단이라는 안팎의 목소리도 들린다. 결국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비친다. 제재에 의존하는 한 진정한 신뢰 구축, 비핵화 진전이나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지금까지 충분하고 남을 정도로 경험했다. 그래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고, 실제 지난 한해 비핵화를 향한 여정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들이 도출되었고, 북한의 긍정적 변화들을 목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월 20일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ㆍ핵개발 병진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는 새로운 노선을 내세웠다. 사회주의국가에서는 “노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이 노선 전환에 대해 중국에서 1978년 열린 11기 3중 전원회의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계급투쟁 노선’을 종식하고, 덩샤오핑 시대의 새로운 개혁ㆍ개방노선을 선포한 것과 같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것이라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군부세력 등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켜 대북 제재 완화를 조기에 이끌어 내고,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노선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보여 준 김 위원장의 행보는 비핵화 이후의 개방 확대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시키려면 대북 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가 필수이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도 신속한 비핵화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단지의 영구적 폐기라는 카드를 던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 주장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폐기는 첫 단계 조치에 불과하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여정에는 반드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의 일부 해제와 같은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최종 목표는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의 폐기지만 우선 첫 신뢰 구축 단계로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의 맞교환을 원했던 셈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절실히 제재 완화를 원하는 이 시점이 북한을 더 압박해 더 큰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의 보다 높은 수준의 검증된 비핵화 조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북한의 수용 가능성이다.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북한이 ‘영변+α’를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제조건이 있다. 김 위원장의 체면을 어느 정도는 살려줄 경우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보다 진전된 양보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제재 완화 카드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도 밝혔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의 재개는 북한 내부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명분이자 동력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분적 제재 해제를 미국의 관계개선 의지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했던 민수, 민생경제 분야에 영향을 주는 제재의 해제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제재 면제 조치는 비핵화 시작에서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시작해 과거 핵 등 핵심 분야의 폐기를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북 제재 완화는 북한의 개방을 돕고,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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