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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복권 당첨, 그린머니 세척료 내라” 수억 뜯어낸 외국인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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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복권 당첨, 그린머니 세척료 내라” 수억 뜯어낸 외국인 검거

입력
2019.03.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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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인 B씨가 금고안에 보관했던 가짜 ‘그린머니’. 방배경찰서 제공
라이베리아인 B씨가 금고안에 보관했던 가짜 ‘그린머니’. 방배경찰서 제공

회사원 A씨는 지난해 11월 ‘100만 달러(약 11억원)짜리 미국 복권에 당첨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자칭 미국 외교관이었는데 당첨금이 ‘그린머니’라 세척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린머니는 녹색 화학약품을 칠한 지폐로, 약품처리 과정을 거치면 원래 모양을 되찾아 불법자금 은폐 등에 쓰이는 돈을 지칭한다.

외교관이 당첨 소식을 전한 게 이상했지만 지난달 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직접 만난 뒤 A씨의 의심은 사라졌다. 금고에 있던 그린머니를 100달러 지폐로 바꾸는 ‘마법’을 직접 본 것이다. 이후 A씨는 12차례에 걸쳐 3억원이 넘는 세척비용을 전달했지만 당첨금 100만 달러는 받지 못했다.

서울방배경찰서는 그린머니를 이용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라이베리아인 B(41)씨를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B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두 달간 불특정 다수에게 주한 미국대사관 외교관을 사칭해 복권 당첨 이메일을 보낸 뒤 관심을 보인 A씨를 속여 3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B씨는 그린머니 5장에 약품을 칠해 100달러 지폐로 되돌리는 모습을 A씨에게 보여줬지만 나머지는 모두 보통 종이에 녹색 물감을 칠한 가짜 그린머니였다.

관광비자로 지난해 10월 입국한 B씨는 이렇게 뜯어낸 돈으로 명품 신발과 화장품 등을 샀고, 국내 중고차를 구매해 자국으로 수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B씨는 경찰에서 “제3자에게 그린머니를 받았고 수익금을 송금했다”고 진술했지만 공범의 정체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신기록과 동선을 추적해 공범 여부를 수사 중”이라며 “과거 블랙머니를 이용한 사기가 그린머니로 바뀌고 있어 이메일 등으로 제안을 받으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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