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6자회담 당사국 대사들 급거 귀국, 외교관 10여명도 동행 
 북미회담 결렬 후 돌파구 못 찾아… 핵협상 전략 가다듬기 수순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19일 급거 귀국했다. 김형준 주러 대사도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ㆍ미국ㆍ러시아는 과거 6자회담 당사국이다. 북한 대사가 없는 한국ㆍ일본을 제외하면 비핵화 관련 주재국 대사가 모두 일시복귀한 것이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좀처럼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지재룡 대사와 김성 대사를 포함한 북한 외교관 10여명은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들어갔다. 북한의 주중 대사와 주유엔 대사는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최전방에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단초를 만들어가는 핵심 보직이다. 우방인 러시아의 김형준 대사도 귀국길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 대사의 비중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이 한반도 정세와 연관된 핵심 당사국 대사를 모두 불러들인 것은 평양에서 중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이 연일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데다 중재역할을 기대한 중국도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김성 대사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의 대북제재로 당초 오는 9월 북한에서 열 예정이던 유엔 산하 기구 국제회의가 무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발하며 제재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대사가 내달 최고인민회의나 북한의 해외 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했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4월 중순 예정인 제14차 최고인민회의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이들 외에 다른 국가 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귀국 행렬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향후 며칠간 평양행 고려항공편이 붐빈다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대사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공관장회의 개최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 대사는 그간 베이징을 잘 떠나지 않았다”면서 “뉴욕 채널인 김 대사까지 평양으로 호출한 것에 비춰 북미 관계를 둘러싼 중요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4월 방북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만간 중국 당 지도부나 대외연락부의 주요 인사가 북한을 방문한다면 시 주석의 방북 또한 임박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상원 대표단이 16일부터 북한에 머물고 있는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줄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강력 요청하는 만큼 김 위원장이 또다시 국경을 넘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외에도 북한이 주변국과 조율해야 할 초대형 정치일정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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