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수급자 152만명 분석 
 의료비 본인부담률 1~2% 수준 
 3년간 5644일 진료받은 사람도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 사는 남성 A(62)씨가 2013~2015년 사이 병ㆍ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한 날은 총 5,644일이다. 뇌혈관질환, 만성폐질환, 당뇨, 소화기궤양 등을 동시에 앓고 있다 보니 하루에도 병ㆍ의원 여러 곳을 수 차례 방문했기 때문이다. 의료급여 이용일은 병ㆍ의원 진료ㆍ입원일, 약 복용일 등을 합산해 계산한다. A씨는 전체 의료급여 대상자 중 이용일이 가장 많은 상위 10명에 포함돼 현재 지자체의 사례관리를 받고 있다.

국가가 진료비 대부분을 부담해주는 의료급여 이용자 일부의 ‘의료쇼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의료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빈곤층도 상당해 적정 의료이용을 도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수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급여 외래 의료이용 적정화 방안 연구’와 서울보라매병원의 ‘의료급여 수급자 의료이용 분석 및 건강관리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2006~2016년 사이 한국의료패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저작권 한국일보]의료급여 과다이용자의 연평균 외래 방문횟수_송정근기자

의료급여는 소득이 적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된 빈곤층과 국가유공자, 의사상자 등에게 정부가 세금으로 의료비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공공부조 제도다. 국민건강보험은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20~30% 수준인 반면, 의료급여(1종)는 1~2% 수준이다.

보사연이 2016년 기준 전국 의료급여 수급자 152만명의 의료이용행태를 분석했더니 외래 이용 횟수 상위 10%는 연간 평균 284회씩 병ㆍ의원을 오갔다. 상위 1%의 경우 연평균 336회, 상위 5%는 334회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료기관을 과다 이용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66.6세로 정상이용자(평균 57.7세)보다 약 9세 많았다. 다만 과다이용자들은 적어도 1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갖고 있어 의료적 필요성이 정상이용자보다 높은 것은 것으로 풀이됐다.

반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과소 이용자들도 상당하다. 이진용 서울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교수팀에 따르면 전체 의료급여 대상자 중 약 4%(6만여명)는 의료이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질병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는데도 치료를 아예 받지 않고 있는 대상자가 전국 2,135명에 이른다. 이 교수는 “의료이용을 아예 하지 않는 빈곤층은 ‘송파 세모녀’처럼 사회로부터 고립됐을 가능성이 커, 과소이용 이유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극단 상황에 놓여 있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통합적 사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의료기관 이용 안내, 복약지도 등을 담당하는 의료급여 사례관리사는 1명당 수급자 300명을 담당하는 등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신현웅 보사연 보건의료연구실장은 “현재 사례관리자 인력으로는 과다 이용을 제어하는 것만도 벅차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은 방치된다”며 “지자체 중심으로 복지서비스와 함께 통합 사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과다이용의 경우 선택병원 외에 타 병원을 이용해도 제약이 없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제도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적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과도한 진료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의료급여 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쇼핑과 약물과다, 중복처방 등이 우려되는 기관 50곳을 추려 연내에 기획 현지조사를 벌이는 등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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