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유명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12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 블룸필드힐스에 사는 니콜 아이젠버그(49ㆍ여). 그는 ‘무대 위 스타’를 꿈꿨던 장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이 세 살 때부터 노래와 무용, 연극 수업을 듣게 했고, 다른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의 특별활동도 뒷바라지해 줬다. 대학 입시 때는 무난히 합격시키기 위해 기부금 납부까지 고려했는데, “나만 믿으라”고 했던 시아버지 도움 덕분이었는지 아들은 명문대를 포함한 대학 9곳과 최고 수준 뮤지컬 프로그램 2개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든 체육특기생 대입 비리 스캔들을 계기로, ‘부모의 과잉보호’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980년대 유행했던 ‘헬리콥터 육아’가 90년대 집중육아를 거쳐 이제는 자녀의 성공, 특히 명문대 입학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부모가 마치 눈을 쓸어버리듯 직접 나서 제거하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설기 부모’(snowplow parents)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최근 발생한 유명 연예인까지 연루된 입시비리 사건은 극단적인 범죄로 번진 것일 뿐”이라면서 미국 중상류층에 ‘제설기 부모’ 방식의 교육법이 만연하다고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심리학자인 매덜린 레빈의 연구 결과, 미 브라운대와 에모리대 신입생들 가운데 기숙사를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제시한 이유는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었다. △기숙사 방에 쥐가 있어서 △룸메이트가 싫어서 △학교식당에 나오는 소스를 먹기 싫어서 등이다. 레빈은 “성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삶의 기술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난관을 스스로 극복하길 회피하는 모습, 곧 문제 해결 능력 결여를 지적한 셈이다.

미국 청년층의 부모 의존 성향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NYT가 최근 18~28세 자녀를 둔 부모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75%가량이 ‘자녀의 병원, 미용실 방문 등의 약속을 대신 잡아준다’고 답했다. ‘수강신청 마감을 챙겨 준다’는 비율도 같았다. 16%는 ‘시험을 앞둔 대학생 자녀가 잠들지 않도록 전화를 걸어 준다’고 했고, 11%는 ‘취업한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고용주에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 리츠콧-하임스 전 스탠퍼드대 학장은 “(제설기 부모 육아법은) 대학에 진학해도, 직장에 들어가도 멈출 수 없다. 상황만 더 악화할 뿐”이라며 “자녀의 실수, 어려움을 원천 차단해 버린 부모가 근본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돈과 연줄을 가진 특권층 부모들한테서 많이 보인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부(富)의 대물림을 위해 자녀의 성공을 방해하는 장벽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이를 없애는 ‘강박적 육아’를 한다는 얘기다. 신문은 “오늘날 제설기 부모는 윤리적, 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며 “(그러나) 이는 자녀의 성인기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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