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만든다고 억지로 닭 가슴살만 먹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저도 한때 고단백ㆍ고지방 식단을 지킨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머리까지 빠지더라고요. 그러다 간헐적 단식을 접하고부터는 마음대로 먹으면서 체중을 관리합니다. 매일 자는 시간을 포함해 18시간 정도 금식하는 원칙만 지키면 돼요. 3년간 10㎏을 뺐는데 요요현상, 근육손실 같은 부작용도 없습니다. 배고파서 어떻게 일하냐고요? 이제는 공복이어야 정신이 더 또렷해요.” (직장인 우동국씨ㆍ32세)

Figure 1우동국씨가 보내온 자신의 사진.우동국씨 제공

간헐적 단식은 요즘 체중 감량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이 뜨거운 다이어트 요법이다.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꾸준히 시도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최근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집중 보도한 후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의 경험담까지 더해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주말엔 가수 홍진영씨 자매의 도전기까지 전파를 탔다. 덕분에 맘 카페 등 커뮤니티마다 체험담과 방법을 묻는 글이 끊이질 않는다. 네이버 카페 ‘1일1식&간헐적단식&공복운동’은 개설 7년 만인 지난주 처음 회원 수가 7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첫 2주간 가입한 사람만 2,200여명이다.

◇간헐적 단식의 매력 “마음대로 먹어도 OK”

간헐적 단식은 일정기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공복(空腹ㆍ배가 비어있는 상태)을 유지하는 요법이다. 가장 흔한 방식이‘16:8’이다. 하루 중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동안엔 마음대로 밥을 먹는다. 대개 수면시간을 포함 아침식사를 걸러서16시간 동안 배를 비우고, 정오 무렵부터 저녁 8시 사이에 점심ㆍ저녁식사를 마치는 식이다. 일주일에 5일은 평상시대로 식사하고 화ㆍ금요일처럼 중간에 낀 이틀은 저녁만 간단히 먹는 방식도 있다. 식사량만 일상적인 수준 또는 조금 적은 정도로 유지하면 식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 예찬론자들은 16:8 원칙만 지키면 살이 저절로 빠진다고 이야기한다.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하는 ‘원 푸드 다이어트’나 저탄수화물ㆍ고지방식으로 짠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동국씨 역시 16:8 법칙으로 간헐적 단식을 한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르고 오후 2, 3시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릴 때부터 두세시간 간격으로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을 먹는다. 밥다운 밥은 퇴근하고 저녁에 먹는데 주로 한식을 먹고, 내킬 땐 피자나 치킨도 먹는다. 그러면서도 매일 40~50분씩 근육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우씨는 “좋은 음식으로 배 터질 때까지 먹어도 살 안 찐다”면서 칼로리를 따져가며 식사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Figure 2 16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건강 BEST 코너에 간헐적 단식 관련 서적이 전시돼 있다.단식은 건강코너에 따로 분류가 마련돼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은 주제다.다만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을 담은 서적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1일1식&간헐적단식&공복운동’ 카페에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감량에 성공했다는 성공담들이 줄을 잇는다. 짠 음식, 국물을 마음껏 먹으면서 한 달 만에 9㎏를 감량했다는 한 네티즌은 “외식하는 날은 탄수화물만 주의하면서 마음껏 먹는 1일 1식을 했다”면서 “국물요리 좋아해서 국물 마음껏 먹었고 짠음식도 많이 먹었다”라고 털어놨다. 평일엔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위주로 먹는 등 식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폭식 위험만 조심하면 기존의 다이어트들에 비해선 메뉴 선택권이 넓다.

사실 간헐적 단식의 과학적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세포에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사로 얻는 혈액 속 포도당(혈당)은 식후 2~3시간이면 모두 세포 속으로 흡수된다. 그 이후 다음 식사까지는 뱃살 등의 지방세포에 저장된 지방을 연료로 쓴다. 간헐적 단식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억지로 늘리는 것(공복)이다. 이때 지방을 태우는 효율을 최대화하면서도 일상적 생활이 가능한 단식간격이 16~18시간 정도라는 이야기다.

◇폭식은 금물, 운동은 필수

하지만 누구나 간헐적 단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6시간 이상 공복기를 갖는 것을 지속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원 강은아(33)씨는 1일1식부터 간헐적 단식, 덴마크 다이어트 등 주로 식이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를 선호하지만 한 가지 방법을 3개월 이상 지속해본 적은 없다. 강씨는 "야근이 잦아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기 어렵고, 외식이 잦아 열량을 계산해 식사량을 줄이기도 어려웠다"며 "식사량과 시간을 제한할수록 ‘한끼라도 잘 챙겨 먹자’는 생각에 폭식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만 전문치료 병원인 글로벌365mc병원의 전은복 식이영양센터 센터장(영양사)은 “간헐적 단식을 하면 당장 야식을 못 먹게 되니 고도비만환자나 탄수화물에 치우친 식사를 하던 사람 가운데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공복감을 못 견뎌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끼니를 걸렀다가 눈꺼풀이 떨리고 기력이 없어졌다며 부작용을 호소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간헐적 단식을 선호하는 이들은 16:8, 5:2와 같은 시간 제한에 얽매이지 말고 음식에 대한 집착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체중에 속하는 학원 강사 김민정(33ㆍ가명)씨는 6년째 하루 2끼만 챙겨 먹도록 생활습관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김씨는 “공복시간을 길게 하는 절대 시간을 맞추기 보다 하루에 먹는 식사의 절대량과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며 “점심 약속이 있으면 저녁은 가볍게 먹거나 거르고, 저녁에 회식이 있다면 다음날 아침은 먹지 않는 등 내가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먹는 양과 공복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을 컨트롤하는 즐거움

간헐적 단식 인기를 끄는 이유가 꼭 다이어트 효과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온갖 건강ㆍ먹거리 정보에 포위된 현대인들에게 단식 경험은 스스로 식욕을 통제하고 욕망을 성찰해보는 새로운 즐거움이란 이야기다. 우동국씨는 “주변에서 영양이 부족해서 쓰러지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내 눈에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좋다는 건강식품을 찾아 먹기보다 스스로 식욕을 절제하고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일요일 단식을 마친 정다운(가명ㆍ52)씨 역시 그런 의견에 동의한다. 그에게 단식은 체중감량 이상의 의미가 있다. 탐욕을 끊고 자기반성을 실천하는 시간이다. 정씨는 일년에 한번 ‘생활단식’에 들어간다. 3일간 된장차와 꿀물만 마시고, 6일을 미음만 먹으며 몸을 회복한다. 그는 회식과 스트레스로 지친 나머지 “이렇게 살면 죽겠다”고 느낀 시점에 단식에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점점 너무 많이 먹는 사회가 된 것 같다”면서 “단식을 할 때마다 스스로 나 자신의 욕망을 성찰하고, 넘칠 때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살아가는 자세를 배운다”고 말했다. 단식은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이라는 이야기다.

“단식을 마치면 또 예전처럼 먹겠죠. 하지만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살아가게 될 거 같아요.좀 덜 먹고,너무 많이 먹는 습관을 잠시 멈춰보는, 그런 시간을 누구나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이 몰라보게 가벼워지는 걸 느낄 겁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요? 본보 취재결과, 이론적으론 비만체형에서 체중감량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대표적으론 당뇨병 등 대사질환 환자들에겐 간헐적 단식은 금물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3181601793624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