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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G 상용화, 세계 최초일 필요는 없다

입력
2019.03.1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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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아서디리틀이 우리나라를 ‘글로벌 5G 리더십 최상위 국가’로 선정했다. 최근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된 조동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세계 최초, 최고, 최대 규모 5G 시범사업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놓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5G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나라나 미국이 ‘세계 최초’에 집착하는 것일까? 5G는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4세대 LTE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초연결성 그리고 지연이 없는 특성을 갖는다. 결국 5G는 기존의 이동통신서비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세대 통신서비스로서 향후 지능정보사회의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5G 장비나 단말기 시장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이미 5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를 할당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5G 단말기 품질이 안정되지 않아 양산이 지연되고 있고 장비 시장은 중국의 화웨이 등 외국기업에 선점당했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가하지 않고 반려하는 바람에 당장은 상용화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를 반려한 이유는 제출된 요금제가 고가 요금 구간에만 집중하여 중저가 요금 구간 혜택이 부족해 이용자 선택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5G 서비스 초기에 막대하게 소요되는 투자비를 감안한다면 이동통신사업자가 정부 요구대로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요금제가 마련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5G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가 사실상 멀어졌다.

이런저런 사유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혹시 가능할지라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5G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와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초기에는 주로 지연이 없는 초연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가상현실 서비스 등이 5G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서비스들은 관련 규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시장에 도입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TV나 영상 등 오락용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5G 단말기를 구입하고 5G 요금을 부담할 이용자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5G 서비스를 영상 시청용으로 쓰게 된다면 엉뚱하게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는 달리 통신사업자들에게 적절한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연구 목적의 설문을 통해 5G에 대한 ICT 전문가들의 인식을 확인한 결과에서도 5G 서비스의 빠른 보급은 정책 목표로서의 중요도가 그렇게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집착하기보다는 5G 서비스를 기반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킬러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5G 서비스는 당분간은 필수품(Must-have)이 아니므로 요금 결정을 시장에 맡겨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최초라는 명분을 내세우다가 정작 시장에서 실패했던 과거 와이브로나 DMB 사례가 5G에서도 반복되는 일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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