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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EU ‘노조 할 권리 확대’ 협의 빈손으로 끝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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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EU ‘노조 할 권리 확대’ 협의 빈손으로 끝날 듯

입력
2019.03.18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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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둘러싼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1단계 분쟁 해결 절차가 빈손으로 끝나게 됐다. EU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EU 요구로 지난 1월 21일부터 시작한 ‘정부간 협의’ 절차가 18일 기한 만료로 종료된다. EU가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결사의 자유(노조 할 권리 확대), 강제노동 철폐 등 ILO 핵심협약 비준에 우리 정부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U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전교조를 합법화하고 해직자ㆍ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 또 강제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 산업기술요원과 공익근무요원 제도도 손 봐야 하는데 아직 진전이 없다.

정부간 협의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명시된 분쟁해결 1단계 절차이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EU FTA를 맺으며(공식 체결은 2011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분쟁해결 절차도 당시 EU와 함께 정한 것이다.

EU는 조만간 2단계 절차인 ‘전문가 패널’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리 정부에 공식 예고했다. 2단계에 접어든다 해도 곧바로 무역 제재 등 구체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건 아니지만, 비준 전까지 EU는 단계별로 강도를 높여가며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LO 핵심협약 비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내법이 핵심협약과 상충하지 않도록 노동조합법, 공무원ㆍ교원노조법 등을 먼저 개정한 뒤 비준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법 개정을 위해 국회를 설득하려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가 잘 안 되고 있다.

노사정은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에서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9개월 가까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동의해 주는 대가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동조합 부당노동행위 신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파업시 직장점거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 설정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노사정 합의가 안 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인 권혁 부산대 교수는 지난 1월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초안을 제시한 것이 논란이 되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ILO 협약과 무관하며 노동 탄압적인 내용을 끼워 넣어 협약 비준을 방해한다”며 반발하지만, 경영계는 ‘아쉬운 건 노동계와 정부’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자 정부나 일부 공익위원들은 경영계 요구 중 그나마 합리적인 것은 들어주고 노사정 합의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며 중재에 나섰다. 경영계 요구 중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나, 파업 시 직장 점거를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3개월로 정하는 방안 등이 그나마 합리적인 요구로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다. 그러나 의제 하나하나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못지 않게 파급이 큰 사안들이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사가 이달 말까지 집중적으로 협의를 다시 해보기로 한 상황”이라며 “ILO 협약 비준과 무관한 문제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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