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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호 '경제 활력'에 무게추 옮겼지만... 당청에 가려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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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호 '경제 활력'에 무게추 옮겼지만... 당청에 가려진 리더십

입력
2019.03.19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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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연구원장들을 만나 최근 경제상황을 설명하며 경제 침체를 돌파할 고견을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연구원장들을 만나 최근 경제상황을 설명하며 경제 침체를 돌파할 고견을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이끄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작년 12월 생산ㆍ투자ㆍ고용 등 경제지표가 모두 고꾸라질 때 등판한 홍 부총리는 취임 이후 100일간 기업의 투자애로 해소 등에 올인하며 J노믹스의 무게중심을 경제활력 제고로 옮겨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개편 등 핵심 현안에서 당ㆍ청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경제사령탑으로서 체면을 구긴 데다, 경제정책의 뚜렷한 비전 없이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복지ㆍ분배→시장ㆍ기업 ‘우클릭’ 

홍 부총리는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시장과 기업으로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10일 임명장을 주며 “기업 투자 애로가 뭔지, 해결책이 어디 있는지 방법을 찾는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이제는 기업과 시장이 강한 펌프질을 해야 할 때”라며, ‘2019년 경제정책 방향’(12월 17일)에서 ‘경제활력 제고’를 내세웠다. 재정ㆍ금융ㆍ규제혁신 등 수단을 총동원해 투자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었던 정부가 1년 만에 우(右)클릭에 나선 것이다.

가시적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차 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3조7,000억원)가 1월 정부 심의를 최종 통과해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2014년 9월 부지 매입 이후 부동산 과열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4년 만에 심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사업도 최근 심의를 통과했다. 수도권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평택~익산 고속도로 등 13개 민자사업 연내 착공(12조6,000억원) △남부내륙철도 등 지역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24조1,000억원) 등도 추진됐다.

홍 부총리는 또 시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6개월) △가업상속공제 완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등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에도 일정 부분 수정을 가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청에 주눅” “구식 정책” 지적도 

작년 12월 4일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은 홍 부총리에 대해 ‘청와대 바지사장’, ‘예스맨’이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정책 소신 없이 청와대에 끌려 다닐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시 홍 부총리는 “소통을 강화해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취임 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매주 금요일 만나 현안을 공유하고, ‘녹실(錄室)회의’ 같이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도 부활했다.

덕분에 정책 소통 측면에서 전임자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홍 부총리지만, 그가 ‘경제 원톱’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잖다. 지난 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말하자, 홍 부총리가 기존 기재부 입장을 뒤집고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 사례다. 이달 4일엔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해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당ㆍ청과 함께 13일 일몰(폐지) 3년 연장을 발표해야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도 “검토한 바 없다”던 홍 부총리의 입장이 대통령에 의해 뒤집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홍 부총리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비전이 없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취임 이후 대기업 투자와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한 단기 경기부양이라는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기조를 답습하고 있다”며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근본문제에 대한 처방은 없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산업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홍 부총리가 내놓은 정책들은 규제완화를 통해 신(新)산업이 커나갈 토양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특정 산업에 돈을 쥐어주는 옛날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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