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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빈곤층 타깃 복지가 필요하다

입력
2019.03.17 17: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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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2018년 4분기의 가계소득동향 통계를 내놓은 지난달 말.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해왔던 진영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도드라지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하락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지만,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 소득은 처음으로 두자릿수(10.4%)로 뛰었다. 이를 저소득층의 ‘소득절망성장’이라고까지 깎아내린 언론도 있었다. 물론 이번 통계만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궁극적으로 빈부격차 축소를 견인할 정책인지, 아니면 양극화를 가속화할 정책인지에 대한 논쟁이 종지부를 찍을 것 같지는 않다. 정부 역시 정책기조를 180도 전환할 기미는 없어 보인다.

다만 복지에 가장 적극적인 정부로 꼽히는 문재인 정부에게 이번 통계가 함의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근로소득격차를 보완하려는 복지제도가 빈곤층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초연금ㆍ국민연금ㆍ아동수당 같은 공적이전소득의 경우 절대액은 1분위가 5분위보다 많았지만, 증가율은 오히려 5분위(52.9%)가 1분위(28.5%)보다 높았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시장소득의 감소 속도보다 공적이전소득의 증가 속도가 느린 것,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탄식한 것은 그런 이유일 테다.

김대중 정부로부터 시작해 지난 10여년은 한국이 폭발적 속도로 복지국가로 성장한 시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사회복지지출이 5%를 넘어선 해는 2003년인데 그 2배인 10%대에 도달한 해는 2015년이다. 이 기간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적사회복지지출 증가폭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핀란드와 그리스 정도다. 이처럼 대규모로 복지예산을 투입하고 복지제도를 대폭 확충했지만 그늘도 짙다. 중산층 이상은 확실한 수혜자가 된 반면 빈곤층은 찔끔 혜택을 보거나 아예 배제돼버리는 ‘중산층 복지’의 한계가 그것이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득통계 역시 이를 방증하는 한 사례다.

어째서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체로 이렇다. 중산층이 충분한 복지혜택을 누리면 그 효능감에 증세에 동참하게 되고, 따라서 빈곤층을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만들어지는 선진국형 선순환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표양성화라는 핵심목적을 달성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조차 반발할 정도로 중산층들의 ‘증세 염증’이 선순환을 막은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성장이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처럼,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보험료로 지탱되는 사회보험 확장에 의지했다는 점도 원인이다. 대다수 빈곤계층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공개된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의 보고서 ‘한국 복지국가 성장의 재분배적 함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성장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은 ‘근로연령대의 저소득가구’다. 구체적으로 가구주가 대체로 55~64세의 고령이고, 여성가구주가 많으며, 고졸 이하 비중이 현저히 높다는 게 연구자의 분석이다. 일자리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불안정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최후의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소외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실업자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한국형 부조의 구체적인 도입계획을 밝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추가 완화 등 빈곤층을 겨냥한 ‘타깃형 복지’ 확대 의지를 보이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과감한 증세를 포함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여기에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와 같은 소모적 논쟁이 끼어들어서 안되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이왕구 정책사회부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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