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도 같은 태도가 협상 망쳐” 北 최선희 발언 일축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자신들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원흉으로 지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이들은 최 부상이 핵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의 재개,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북한 측을 비난하는 취지의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즉각적인 맞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기보다는 감정싸움을 피하고 북한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부상의) 그 발언을 봤다”며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앞서 최 부상은 이보다 9시간쯤 전인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정상 간 생산적 협상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이야기했고, 그들의 반응과 우리의 반응을 논의했다”면서 최 부상 발언에 대해 이미 한미 간 협의를 했음을 전했다. ‘한국의 카운터파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반응하기 전에 미 정부 내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오전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우선 “지난 밤 최 부상의 발언을 봤는데, 그는 (협상을) 열어뒀다”면서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대미 공세 수위를 돌연 끌어올리긴 했으나, 같은 방식으로 북한을 비난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단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말한 것처럼, 그들(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대가로 요구한 걸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혀 협상 결렬의 책임은 자신들이 아니라 북한 측에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워싱턴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의 약속’을 거론했다. 최 부상이 핵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그는 “이것만 말할 수 있다. 하노이에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건 김 위원장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추가 행동을 조만간 김 위원장이 발표할 것이라는 최 부상의 예고에 대해 ‘당신네 지도자가 직접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은근한 압박을 가한 셈이다.

최 부상이 자신과 볼턴 보좌관에 대해 ‘비타협적 요구’를 했다고 한 데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선 틀렸다”고 못 박은 뒤, “나는 거기(하노이 정상회담장)에 있었고, 나와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관계는 프로페셔널하다. 우리는 세부적인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북한의 그런 표현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내가 방북했을 때에도 ‘강도 같다’라고 불린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도 우리는 아주 전문적인 대화를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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