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100% 연동 비례대표제서 한발짝 물러나며 여야4당 접점
심상정 “가급적 빠른 시간 내 결론”
한국당 강하게 반발, 비례대표 폐지 개정안 발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 개편 및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하는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이 15일 저녁 긴급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전체 국회의원 300석을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나누되,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르면 오는 17일 선거제개혁 법안을 마련하는 데도 뜻을 모으며 패스트트랙 지정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한국당은 이날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 김성식 의원은 이날 오후 협상을 통해 선거제 개혁안을 논의했다. 한 정개특위 간사는 본보 통화에서 “선거제개혁법 단일안을 만드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고 했다. 다른 간사도 “서로 공감대를 찾고 접점을 마련했다”고 했다.

정개특위 간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의원석 300석을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으로 나누기로 했다. 비례대표의석은 연동율 50%를 적용하고 전국단위 정당득표율로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는 식이다. 가령 A정당이 정당득표율 20%를 얻었다면 이 정당이 지역구를 포함해 보장받아야 하는 전체 의석수는 300석의 10%(정당득표율 20%의 절반)를 반영한 30석이다. 만약 A정당이 지역구 15곳에서 당선되면 나머지 15석을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또 총 비례대표 의석수 75석 중 확정된 비례 의석수를 제외하고 남은 의석은 현행처럼 정당별 전국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나누기로 했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인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여야 4당은 오는 17일 선거제 개혁법안을 만드는 데도 합의를 이뤘다.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한 후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3 당 간사가 6일 오후 국회에서 특위 간사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 심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연합뉴스

여야 4당이 선거제 관련 이견을 좁히면서 패스트트랙 후보인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공감대를 이룰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한 공수처 독립성 보장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날 합의는 바른미래당이 전향적 모습을 보이며 급물살을 탔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그간 주장해온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한발짝 물러나고,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독립성 확보 방안을 여권에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제시한) 의원 정수 300석 유지와 비례대표 75석(현재 47석) 하에서는 연동 비율을 100%로 하기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비례성을 제대로 보장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거기에 역점을 두고 협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큰 원칙에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세부안을 조율하는 일을 오늘 시작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주당이 마지막 대승적 결단을 한다면 오늘 안에 선거제 개혁 단일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대한 실현하기로 했고 초과의석을 만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동형 비례제 설계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견 조율이 상당히 이뤄졌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공수처 반대 등 현안 관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결사 반대’에 나섰다. ‘패스트트랙은 의회 민주주의의 종언’이라는 의미로 전원 검은색 옷을 입고 의총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좌파독재 선거법 날치기 강력규탄’ ‘무소불위 공수처 반대’ 등의 구호도 외쳤다. 한국당은 이날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국회 정치개혁특위 재적의원 18명(민주당 8명ㆍ한국당 6명ㆍ바른미래당 2명ㆍ정의당 1명ㆍ민주평화당 1명) 가운데 5분의 3 이상(11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한국당은 물론 이날 협상에 불참한 평화당이 반대해도 물리적으로 처리 자체는 가능하다.

앞서 평화당에서는 ‘300석 유지ㆍ비례대표 75석’을 골자로 한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배숙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안으로 진행할 경우, 호남 지역구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평화당 입장에서 호남 지역구 축소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 “야 3당 대표ㆍ원내대표의 합의와 의견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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