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핵심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1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며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열린 첫 주총으로 이사회 멤버를 대거 물갈이하는 한편 그룹 2인자인 권영수 LG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등 ‘구광모호(號)’ 개편을 공식화한 것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이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권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LG유플러스 신임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었다.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견제하는 선진 경영구조를 정착하겠다는 취지였지만 2017년 LG전자가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대표이사 1인 체제를 강화했다. LG디스플레이도 한상범 부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었다.
재계는 권 부회장을 주목한다. 지주사인 LG 부회장이 LG전자 등 핵심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겸하게 되면서 구광모 회장 체제가 강화되는 동시에 권 부회장 역시 그룹 2인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다만 LG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는 사업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계열사 간 협력이나 소통, 그룹 차원의 미래 청사진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라며 “이사회 책임과 독립성이 높아져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는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날 주총에서 신학철 부회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고,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구 회장이 첫 영입한 외부 출신 경영인으로 3M 수석부회장에서 LG화학의 새로운 선장이 됐다.
기아차도 주주총회를 열고 그 동안 비상근이사로 이사회에 참석해 왔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1999년 그룹에 입사한 정 부회장은 이로써 20년 만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 핵심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당초 정 부회장이 현대차, 현대모비스에 이어 기아차 대표이사까지 맡을지 관심이 쏠렸지만 기존 박한우 사장과 최준영 부사장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2011년 이후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첫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 포스코는 장인화 사장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 김학동 생산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됐고, 전중선 부사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또한 포스코는 최 회장이 취임하며 약속한 CEO 직속 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초대 위원장은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이며, 위원회는 외부인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기업시민위원회는 포스코의 기업시민 활동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언, 성과 평가 등 역할을 하게 된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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