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승리 하나 때문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주주들이 단합해 승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YG엔터테인먼트 주주 A씨)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사태’ 여파로 승리의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 주가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악재의 장본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승리는 최근 전속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빅뱅’의 멤버였다.

 
 ◇한달도 안 돼 25% 폭락 

16일 주요 포털사이트의 YG엔터테인먼트 주식종목 토론 게시판에는 ‘당장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주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승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같은 항의의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장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승리에게 책임을 묻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취지가 많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승리가 성 접대 의혹으로 처음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음날 YG엔터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8일)보다 14.1% 폭락했다. 이후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사건으로까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주가는 끝을 모르고 주저 앉았다. YG의 주가는 15일 기준 3만5,700원이다. 경찰이 승리 내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4만7,500원)과 비교하면 25%나 떨어졌다.

포털사이트의 YG엔터테인먼트 주식 토론 게시판에는 가수 승리를 상대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네이버 화면 캡처
 
 ◇“손배소 쉽지 않아” 

그렇다면 버닝썬 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승리를 상대로 주가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금융투자업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을 하더라도 손해배상 요구 주장이 인용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임진성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법원 판례는 주주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직접손해’와 ‘간접손해’로 구분하고 있다”며 “간접손해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데, 가수 개인의 일탈로 소속사 주가가 떨어졌다면 이는 간접손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직접손해는 주주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회사 경영진이 고의로 주주를 속여 분식회계를 했는데, 나중에 이런 사실이 밝혀져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된다.

결국 승리는 YG엔터와 체결한 전속계약의 내용에 따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소속사의 피해를 배상할 뿐 개별 주주에게 책임을 지지는 않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위험은 결국 개인이 지는 것으로서, 주가 하락분을 금전적으로 보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 성 접대 의혹 등이 제기된 가수 승리의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경영진 상대 ’주주대표소송’은 가능 

대신 주주들은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주대표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원이나 경영진을 상대로, 회사를 대신에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상장법인의 경우 0.01%, 비상장법인의 경우에는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제기할 수 있다. 단 해당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상장사인 YG엔터의 경우 18만1,857주의 주식 확보가 필요하다. YG엔터는 양현석 대표가 1대 주주로서 1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외국계 투자사인 ‘그레이트월드뮤직인베스트먼트’가 9.5%, 네이버가 8.6% 등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 주주가 50.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소액주주가 연대해 YG엔터에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한다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속 연예인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버닝썬 사태로 발생한 손해를 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인데, 재무제표 등 객관적 지표에서 회사가 명백히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이 밖에 YG엔터 주주들은 ‘주주제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주주제안을 통해 향후에도 소속 연예인의 일탈로 회사 운영이 지장 받지 않도록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장사에 대한 주주 제안은 6개월 이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다루게 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