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 '다시 쓸 수 있을까'(어크로스)

“너무나도 형편없는 글을 써서 스톡홀름 스트룀멘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조차 키득거리면 어떡하나.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40권 이상의 책을 냈고, 국민 작가로 존경 받는 스웨덴 현대문학의 거장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는 77세가 되어 문득 이런 생각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때 ‘글쓰기가 막히는 일도 없었고 흐름이 방해 받은 적도 없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는 이제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됐다고 느끼고 작가로서 은퇴할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홀가분했다. 과연 오늘은 무엇이라도 쓸 수 있을까 가슴 졸이며 심장 두근거릴 일도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종일 집에 들어앉게 된 남편을 아내는 불편해하고, 집을 나서도 (작업실이 아닌) 어느 곳에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결국 ‘다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아내의 집으로, 여름 별장으로, 트위터로, 고향 그리스로 떠나는 먼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종래에는 ‘발걸음’과 ‘시야’를 옮겨보는 것이, 글쓰기를 위한 회복과 화해를 향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쓸 수 있을까’는 글쓰기와 지난한 화해를 하는 한 노장 작가의 여정을 다룬 에세이다. 유머러스하고 아름다운 인생 후반기의 아포리즘이지만 무엇보다 앞서 ‘아무리 거장이라도 글쓰기는 어렵다’는 진리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승우 '소설을 살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산책)

한국의 거장 역시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는 작가가 삶에 복무하듯 글을 써오면서 깨달은 소설가의 기술과 태도를 따뜻하게 전한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소설가이면서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작가가 1981년 등단한 뒤 오랫동안 소설을 써오며 쌓은 깊이 있는 노하우를 담은 창작노트라면, ‘소설을 살다’는 고독함과 결핍, 창작의 벽에 갇힌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각각 2006년, 2008년에 처음 출간됐다 10년 만에 문고본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창작 수업' (민음사)

이승우가 따뜻하고 조곤조곤하게 소설 쓰기와 삶이라는 주제를 말하고 있다면, 미국의 거장은 조금 더 거칠고 가감없이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찰스 부코스키의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창작 수업’은 미국 문학 사상 최고의 문제 작가로 꼽혀온 그가 노년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대표작 ‘The Last Night of the Earth Poems’를 두 권으로 나눠 엮은 것이다. 일흔의 나이에 ‘작가의 벽’에 부딪힌’ 그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가진 것과 겪은 일을 긍정하며 글 쓰는 가치를 인정하는 과정을 담았다. 부코스키는 ‘작가의 벽’에 부딪힌 것 조차도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난 아직 /운이 좋아. /작가의 벽에 부딪혔다는 /글이라도 쓰는 게 /아예 못 쓰는 것보다는 /낫잖아.”라며 삶을 긍정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삶을 살게 하는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내게 /젊음의 샘 /나의 창녀 /나의 사랑 /나의 도박이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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