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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솟는 ‘돌섬’ 분쟁, 유엔 중재로 평화롭게 푼 가봉ㆍ적도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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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솟는 ‘돌섬’ 분쟁, 유엔 중재로 평화롭게 푼 가봉ㆍ적도기니

입력
2019.03.15 17:00
수정
2019.03.15 18: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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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과 적도기니 사이의 해상 영토분쟁 지역인 아프리카 대륙 서부 코리스코 만의 작은 섬 음바니에. 모로코 가봉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가봉과 적도기니 사이의 해상 영토분쟁 지역인 아프리카 대륙 서부 코리스코 만의 작은 섬 음바니에. 모로코 가봉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대륙 서부 코리스코 만의 30㎢ 크기의 작은 섬 음바니에를 둔 분쟁은 서양 열강이 뿌리내린 갈등을 국제기구 중재 아래 아프리카 국가들끼리 평화롭게 해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과 적도기니에 인접한 음바니에와 작은 두 개의 이웃 섬, 코코티에르스와 콩가스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돌섬이다. 그러나 인근 해상에 원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970년대초 주변국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분쟁의 기원을 굳이 따지자면 아프리카의 숱한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로, 식민 통치국의 무책임한 영토 쪼개기에서 비롯됐다. 적도기니를 지배한 스페인과 가봉의 식민 지배국 프랑스는 1900년 기니 만 지역의 해상 경계선 조약을 체결하지만, 소규모 섬들에 대한 권한을 확실히 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

1958년까지만 해도 스페인은 이들 3개 섬에 대해 주권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1960년 가봉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면서 영유권 주장에 나섰고, 1972년 적도기니도 독립하자 가봉은 섬들을 자국 영토에 포함시킨다는 법령을 반포하면서 선수를 친다. 이에 1999년 적도기니는 해양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현재 음바니에 섬은 가봉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2003년 2월 당시 가봉의 국방장관이던 알리 봉고 현 대통령이 음바니에 섬을 방문, 직접 땅을 밟고 자국 영토를 선포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오른다. 적도기니는 “가봉의 불법 점거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양국 정상이 아프리카 연합(AU) 정상회담에서 유엔 중재에 동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2011년 2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당시 반기문(가운데) 유엔 사무총장 중재로 만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왼쪽) 적도기니 대통령과 알리 봉고 온딤바(오른쪽) 가봉 대통령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다. 적도기니 정부 홈페이지 캡처
2011년 2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당시 반기문(가운데) 유엔 사무총장 중재로 만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왼쪽) 적도기니 대통령과 알리 봉고 온딤바(오른쪽) 가봉 대통령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다. 적도기니 정부 홈페이지 캡처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AU 정상회담에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은 “코르스코 만 영토분쟁은 스페인과 프랑스라는 두 식민 열강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끝낼 때”라고 말했다. 오마르 봉고 당시 가봉 대통령도 테오도로 대통령을 ‘나의 형제’라고 부르며 “곧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실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유엔 중재는 2008년 시작됐지만, 2016년 11월이 돼서야 양국은 서명식을 가지고 영토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넘기기로 합의한다. 장장 40년간의 국경 문제를 봉합하는 서명식에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의 평화적인 해결이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나라들의 귀감이 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양국은 해당 지역의 자원을 양쪽 모두 혜택을 보도록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석유ㆍ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은 가봉과 적도기니의 실질 국내총생산에서 각각 38%, 47%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게다가 두 나라의 유전 사업에 개입된 세계 유수의 석유 기업과 관련 당사국들도 발을 걸치고 있어, 최종 해법을 찾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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