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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이산가족 화상상봉 눈앞… 한미, 모니터 등 장비 제재면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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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이산가족 화상상봉 눈앞… 한미, 모니터 등 장비 제재면제 합의

입력
2019.03.15 11:37
수정
2019.03.16 08: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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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워킹그룹 대면회의… 한미, 브리핑 내용 약간 달라

2007년 8월 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선화씨 가족들이 북측의 가족들과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8월 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선화씨 가족들이 북측의 가족들과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2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미가 상봉 장비의 대북 반출에 대한 대북 제재 적용을 면제하기로 합의하면서다.

15일 외교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워킹(실무)그룹 대면 회의를 열고, 북한으로 보내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물자에 미 독자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및 영상편지 교환 사업과 관련한 모든 제재 면제 절차가 완료돼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낸 데 이어 미 독자 제재 문제도 해결한 것이다. 미 수출관리규정(EAR)은 미국산 부품ㆍ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이 북한 등 테러지원국으로 반출될 경우 미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 협의를 통해 화상상봉 시설을 정비하고 상봉 규모ㆍ일정 등을 정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전망이다. 일단 필요한 게 돈이다. 물자 구매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쓰려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면 심의를 거쳐 다음 주 후반쯤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단계는 시설 개보수다. 사용한 지 10년이 넘어 설비들이 낡은 데다 화질 등도 지금보다 떨어진다. 북한에 전달될 주요 물품은 화상상봉 지원과 영상편지 제작에 필요한 모니터와 캠코더 등이다. 정부는 기존 화상상봉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대폭 교체하기로 하고 제재 면제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케이블 등 통신망 관련 장비는 이번 제재 면제 신청 대상에서 빠졌다는 게 정부 소식통 전언이다. 이미 통신망이 구축돼 있어 불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로 행사를 진행할지도 의제다. 실무 협의가 진척되면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열어 계획을 확정할 듯하다. 당초 남북이 합의한 회담 시기는 지난해 11월이었지만 화상상봉 제제 면제를 위한 대미 협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재개된다면 근 12년 만이다. 2005년 8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3년여 동안 7차례 진행된 화상상봉을 통해 총 567가족 3,748명이 모니터로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화상상봉이 중단됐다.

이와 함께 고려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을 위한 장비 등의 대북 반출 문제도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 협의됐고 잘 마무리돼 조만간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 제재 면제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대변인은 “미측이 이번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을 비핵화 진전과 함께 계속 협의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고 했다. 방북 자체가 제재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만 국제 제재 체제 동요를 부를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재개의 단초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미국이 쉽게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게 당초 외교가의 관측이었다. 앞서 6일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에 두고 나온 시설을 점검하겠다며 정부에 8번째로 방북을 신청했다.

이날 회의 결과 브리핑 내용은 한미가 방점을 찍은 부분이 약간 달랐다. 외교부는 “한미가 회의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응 방향을 포함해 남북ㆍ북미관계 동향 및 남북 협력 등 북핵ㆍ북한 관련 제반 현안을 논의했다”며 “워킹그룹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 아래서 대북 제재 체제 하에서 남북관계를 북미 협상 재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가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한미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을 포함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최신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다. 한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미국은 비핵화 공조를 각각 더 강조한 모양새다.

이번 협의는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양측 대표단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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