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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멸을 위한 타협

입력
2019.03.1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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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전개되는 새로운 시장과 기존 시장 간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변화가 아니다. 삶의 방식과 시장을 구동하는 기제의 변화다. 그래서 기술에 대한 투자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를 도출해 상생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승차공유서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에서 정부는 뒷짐을 지고 조정자 역할을 포기한 듯 보인다. 그리고 갈등은 택시 기사들과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체 간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어렵사리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합의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주체인 택시업체들은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택시업계 노조를 앞세워 그들의 생존권을 빌미로 사용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운전을 하지만 월 200만원도 벌기 쉽지 않은 택시 기사들의 막연한 두려움은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회사택시 기사들은 승차공유서비스란 새로운 교통체제의 틀에 편입되면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IT를 활용한 카카오택시를 통해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IT의 효익을 이미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택시 기사들에게 가져다 줄 효익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낮다. 기사들은 차를 임대하거나 융자로 차를 구매해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납금 걱정없이 제공한 서비스당 책정되는 일정 수수료만 공유서비스업체에 지불하면 된다. 물론 정부는 초기 시장에서 수수료가 과다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감독하고, 승차공유서비스업체들은 기사들이 차를 구매할 때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회사택시 기사가 아닌 개인택시 사업자들이다. 개인택시 면허권 시세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갈등 해결의 핵심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개인택시 면허권의 가치를 보존해 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면허권의 가치를 지분으로 투자해 조합 형태로 승차공유서비스업체를 창업하도록 유도하고 조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기술적 지원을 해 주는 방법도 있고, 승차공유서비스 업체가 면허권을 임대해 승차공유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또 택시업체들도 승차 거부와 난폭 운전의 원인인 사납금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IT를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의 주인인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더 심각한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기사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하는 승차공유서비스에 의해 교통체제가 더 대중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까지 앞 다투어 승차공유서비스에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의 완성차업체들은 자동차를 판매해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생산한 자동차를 기반으로 차량공유, 승차공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동차의 생명주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낼 것이다. 택시업계가 변화를 거스르며 시장을 지켜내고자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승차공유서비스업체에 송두리째 시장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서비스업계 간의 갈등은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이다. 요동치는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기술과 시장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정치인과 관료들을 길러내야 한다. 언제까지 기술과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에 발목을 잡혀 있을 것인가.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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