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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과학계의 ‘핵인싸’, 과학커뮤니케이터

입력
2019.03.1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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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과학자라는 직업은 언제쯤 생겼을까. 전문적인 과학자가 나타나기 이전 아주 오래 전부터 과학은 존재했다. 오늘날의 과학은 전문 학문으로 자리 잡았지만 원래 과학의 출발점은 호기심과 질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기원전 3세기경 목욕을 하다가 순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다 왕관을 물속에 넣고 무게를 달아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 발견의 기쁨에 그는 알몸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유레카’라고 외쳤다. 발견의 기쁨, 즉 유레카는 과학의 본질이다.

약 350년 전, 프랑스에서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다. 1666년 재상 장 콜베르에 의해 아카데미데시앙스라는 학술연구단체가 만들어졌고 이후 왕립과학한림원이 되는데, 과학한림원 과학자들은 봉급을 받고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나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과학한림원이 만들어졌다. 이전의 과학자가 진리탐구나 아마추어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과학한림원 과학자는 연구만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직업적인 과학자였다. 약 200년 전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대중과학 강연이 개최된다. 1825년 영국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제안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강연이다. 당시는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과학자가 직접 대중을 만나 극장식 강연 방식으로 실험도 보여 주고 과학을 쉽게 설명하면서 스스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국의 직업 종류는 현재 약 1만2,000개 정도인데 일본은 2만개, 미국은 3만개가 넘는다. 과학이 발전하면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퍼포머, 과학크리에이터 등 새로 생겨난 직업들은 요컨대 과학계의 ‘핵인싸’다. 과학과 대중의 소통이 중요해지면 질수록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08년 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은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일반대중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문가’로 정의하고 직업군에 포함시켰다. 미래에는 과학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핫한 직업이 될 수 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이야기, 강연,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 과학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페임랩이라는 대회가 있다. 이는 3분 동안 PPT를 사용하지 않고 말이나 도구로 과학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보여 주는 경진대회다. 국가별로 Top10에 들면 페임래버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전문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페임랩 코리아 대회에서 선발된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학교를 방문해 청소년들에게 재미있는 과학강연도 하고 길거리에서 과학버스킹도 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강남의 대형클럽에서 과학퍼포먼스, 주기율표 소재의 과학랩, 매쓰댄스 등을 선보여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연극인, 무용수 등 문화예술인이 과학극을 만드는 과학퍼포머라는 전문그룹도 생겨났다. 또한 유튜버 채널 중 1분과학, 과학쿠키, 긱블, 지식인미나니, 안될과학 등 과학채널은 큰 인기를 모으고 있고, 운영자는 수만 명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과학크리에이터들이다. 이제 과학계에도 과학자 외의 신직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것은 말하자면 모험이다. 하지만 뭔가를 이루려면 도전과 모험이 필요하다.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발견의 기쁨을 맛보는 과학자만큼이나 발견의 기쁨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도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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